全 전대통령 비자금·추징금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54)씨가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통해 자금을 운영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1672억원을 환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시공사 건물의 모습. 3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전씨가 2004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6년 이상 운영해 왔다고 발표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3일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따르면 재국씨는 2004년 7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 아도니스’(Blue Adonis Corporation)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최소 6년 이상 소유했고, 회사 명의 계좌를 통해 아랍 은행으로 자금을 움직인 정황이 포착됐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내란·뇌물죄 등으로 기소된 뒤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이 현재까지 전 전 대통령에게서 거둬들인 돈은 전체 추징금의 24%인 533억원에 불과하다. 1672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검찰이 재산을 공개해 달라는 재산명시 신청을 법원에 내자 “예금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말해 전 국민적인 비난을 사기도 했다.
재국씨가 세운 페이퍼컴퍼니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 통로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2004년 검찰의 조세포탈 수사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문제가 불거진 와중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검찰은 이미 지난달 30일 전담 추적팀(팀장 김민형 검사)을 구성해 전 전 대통령의 재산을 추적하고 있다. 추적팀은 이날 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와 계좌 등 보도내용에 대한 사실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추적팀은 과거 전 전 대통령이나 측근에 대한 수사 기록 등을 점검하며 환수 대상이 될 재산의 단서를 찾아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추적팀이 국세청에 재국씨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자료를 요청해 확인 작업을 할 가능성도 있다.
재산 추적과는 별개로 검찰은 이번 의혹에 대해 진위 여부를 파악한 뒤 국세청과 공조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세청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역외탈세, 재산 해외 도피 등 혐의의 단서나 근거가 포착되면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페이퍼컴퍼니에서 운영된 자금이 재국씨의 개인 사업으로 얻은 것인지, 전 전 대통령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인지 따져 봐야 하기 때문에 자금 추적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