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걸린 사병, 훈련으로 악화…국가유공자 인정해야”

“암 걸린 사병, 훈련으로 악화…국가유공자 인정해야”

입력 2013-06-12 00:00
수정 2013-06-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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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암에 걸려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훈련을 계속 받도록 해 증상을 악화시켰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9년 9월 육군에 입대한 신모(25)씨는 입영 당시 188cm의 키에 몸무게 73kg으로 건장한 체격이었다. 신체검사도 1급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입대 1년쯤 지난 2010년 8월 사격 훈련 도중 왼쪽 눈이 감기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신씨는 곧바로 상부에 보고했지만 위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고, 훈련은 평소처럼 계속됐다.

그렇게 석 달쯤 지나자 신씨에게는 급기야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는 안면마비 증세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밥을 씹지 못해 미숫가루로 끼니를 때웠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후임병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신씨는 일상적인 훈련은 물론 야간과 주말 근무도 해야 했다.

국군 병원에서도 이상소견이 없다고 하자 신씨는 결국 휴가를 내고 민간 대형병원을 찾았고 흉선암 4기에 중증근무력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암세포는 이미 혈관과 폐, 심장까지 퍼진 뒤였다.

의병 제대해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은 신씨는 국가유공자로 인정해달라고 했지만 그마저 거절당하자 2011년 11월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신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문성호 판사는 신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문 판사는 “신씨는 신체에 이상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계속 훈련을 받다 3개월이나 지나고 나서야 진단을 받았다”며 “조기에 발견했다면 악화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볼 때 군이 신씨에 대한 진단과 검진을 소홀히 해 증상을 악화하도록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흉선암이 훈련 때문에 발생했다고는 볼 수 없더라도 훈련 등으로 인해 기존 질병이 재발하거나 악화된 경우에도 국가유공자로 지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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