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 가방’이라고 광고하면 퍼블리시티권 침해일까

‘소시 가방’이라고 광고하면 퍼블리시티권 침해일까

입력 2013-10-30 00:00
수정 2013-10-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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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퍼블리시티권 침해 놓고 민사 배심 재판 열어

‘소시(소녀시대) 가방’, ‘김남길 모자’처럼 연예인 이름을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상품 홍보에 사용한 경우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볼 수 있을까.

3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초상·성명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을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색다른 재판이 열렸다.

원고와 피고측 대리인이 나와 공방을 하고 이를 토대로 재판부가 결론을 내리는 보통의 민사재판과 달리 이날 재판에는 일반 시민 5명이 법정 오른편에 별도로 마련된 배심원석에 자리했다.

20∼40대 대학생과 주부, 회사원으로 구성된 시민배심원들이다.

소녀시대와 배용준 등 유명 연예인 59명이 자신의 이름을 허락 없이 상품 홍보에 쓰지 말라며 오픈마켓을 관리하는 쇼핑몰 ‘11번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민사합의25부(장준현 부장판사)가 일반 국민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으려고 국민참여재판과 비슷한 형식으로 민사 배심원 재판을 연 것이다.

5명의 배심원은 양측 대리인과 재판부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중요한 내용을 부지런히 메모하기도 했다.

11번가 측 대리인은 “검색어로 노출되는 상품은 연예인이 광고하거나 협찬받은 제품이 대부분”이라며 “이미 자신의 이름이 제품과 연관돼 사용되는 것을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녀시대가 메고 나온 가방을 소비자들이 찾기 때문에 검색어가 만들어진 것이고 정보 제공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연예인 측 대리인은 “동의 없이 이름을 무단 사용해 고객을 끌어모았고, 수익을 냈으므로 퍼블리시티권을 침해가 분명하다”고 반박했다.

또 “협찬사도 아니고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오픈마켓에서 이를 무단 사용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원고 측이 어느 수준까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인지, 증거자료는 어떤 것이 있는지, 피고 측은 성명권 침해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지 등 질문을 쏟아냈다.

배심원들은 재판이 끝난 뒤 1시간에 걸친 평의를 통해 4대1로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형사 국민참여재판과 달리 민사 배심 재판은 아직 우리 법에 보장된 형태의 재판이 아니어서 배심원 평의 결과는 참고로만 활용된다.

재판부는 12월4일 한 번 더 변론기일을 가진 뒤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장 부장판사는 “민사 배심 재판은 법원에서 장기적으로 민사재판에도 배심제를 도입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여러 사람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했을 때 좀 더 합당한 결론을 내릴 수 있고, 국민의 법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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