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두개 써왔는데”… 어이없는 판사

“판결문 두개 써왔는데”… 어이없는 판사

입력 2013-11-14 00:00
수정 2013-11-1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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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때린 혐의 피의자 항소심

항소심 재판장이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을 법대 앞에 세워 둔 채 ‘두 개의 판결문’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 박관근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술에 취해 한 커피숍에서 직원을 때리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을 하며 이마로 들이받아 넘어뜨린 혐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판결을 선고하기 직전 양손에 종이를 쥐고 “판결문을 두 개 써 왔다”고 말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과 방청객들이 보는 앞에서 이같이 말하며 뜸을 들이다가 주심 판사와 몇 마디 나눈 뒤 “피고인에 대해 형을 어떻게 정할지 고심된다”며 판결문 하나를 골라 판결 이유를 설명하고 주문을 읽었다.

1심에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A씨는 형이 지나치게 무겁고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A씨 가족도 재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박 부장판사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방청석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렸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박 부장판사의 이 같은 법정 언행이 이례적일 뿐 아니라 재판장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판사 출신 중견 변호사는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판결문을 두 개 써 왔다고 말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며 “엄숙한 형사법정에서 ‘원님 재판’처럼 보일 수 있는 실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항소 기각이냐 감형이냐를 다투는 즉일 선고(첫 재판에서 곧바로 판결을 선고하는 것)였기 때문에 판결 원본이 아닌 초고를 두 개 준비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박 부장판사 재판부는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북한 금수산기념궁전에 참배한 행위와 서울 도심에서 편도 4차로를 점거한 행위에 잇따라 무죄를 선고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3-11-1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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