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상처 덧낸 원세훈 판결… ‘찍어내기’ 인사에 면죄부

검찰 상처 덧낸 원세훈 판결… ‘찍어내기’ 인사에 면죄부

입력 2014-09-11 00:00
수정 2014-09-1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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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갈등에 공소유지 허둥대다 결국 선거법 무죄

법원이 11일 원세훈(63)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함에 따라 검찰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집안 싸움은 일단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판정승’으로 정리됐다.

검찰과 법무부는 지난해 6월 원 전 원장의 사법처리 방향을 결정하면서 공직선거법을 적용할지를 놓고 막판까지 팽팽히 맞섰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작업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수사팀의 의견을 받아들였으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법률가로서의 양심”을 언급하며 반대했다.

최고 정보기관 수장이 여당 후보의 선거운동을 했다고 결론을 낸다면 정권의 정당성에 치명타가 될 게 뻔했다. 국가정보원법 위반의 처벌이 더 세지만 공직선거법의 추가 적용에 법무부가 강하게 반대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채 전 총장은 지난해 9월 혼외아들 파문으로 물러났지만 석달 전인 이때 이미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과 법무부는 결국 원 전 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대신 공직선거법을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검찰로서는 축소·부실수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느니 국가정보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공소장에 함께 적어 공을 법원에 넘긴다는 계산도 깔렸었다.

이날 판결은 결과만 놓고 보면 채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당시 특별수사팀장에 대한 ‘찍어내기’에 일종의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윤석열 팀장과 박형철 부장검사 등을 줄줄이 지방 고검으로 발령내 공소유지를 사실상 방해했다는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에 맞추느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특별수사팀을 꾸린 지 2개월만에 재판에 넘겼다. 수사 때만큼이나 공소유지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수사팀 검사들은 법정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검찰로서는 사안 자체의 정치적 폭발력 때문에 내부 갈등을 겪다가 수사팀 핵심 검사들이 문책당하고 재판에서도 지는 최악의 결과가 됐다.

검찰은 당장 항소 여부를 결정하고 항소심 전략을 짜야 하는 처지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댓글·트위터 활동에 대한 법 조항 적용을 ‘선거 운동’이 아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돌려 공소장을 변경해야 그나마 재판부를 설득해볼 여지가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의 판시를 보면 검찰이 항소하더라도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전부서장회의 발언’에 대해 “오히려 선거에 절대 개입하지 말 것을 여러 차례 명확히 지시한 사실만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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