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으면 깡으로, 이 없으면 잇몸으로…농구판 머니볼

돈 없으면 깡으로, 이 없으면 잇몸으로…농구판 머니볼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0-10-26 20:52
수정 2020-10-2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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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 전자랜드, 최저 팀 연봉으로 1위
女 우리은행, ‘차포’ 떼고 공동 선두

샐러리캡 25억 중 15억밖에 못 채워
이대헌·김낙현·탐슨 활약 속 5승1패
상한 99% 채운 DB는 6위로 대비돼

억대 연봉 박혜진·최은실 부상 공백
둘 빠지면 최저 연봉팀인데도 ‘펄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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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전자랜드 외국인 선수 에릭 탐슨(가운데)이 지난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 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인천 전자랜드 외국인 선수 에릭 탐슨(가운데)이 지난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최승섭 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인생을 걸고’ 농구를 하는 인천 전자랜드의 초반 돌풍이 거세다. 구단 역대 최저 샐러리캡 소진율로도 단독 1위 자리를 지키며 농구판 ‘머니볼’을 보여 주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 25일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종료 1.5초를 남기고 에릭 탐슨(27)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득점으로 73-71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전자랜드는 5승1패로 단독 선두에 올랐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1라운드 목표로 잡았던 5승을 일찌감치 달성했다.

전자랜드의 초반 돌풍은 샐러리캡 소진율을 보면 그야말로 기적 같은 성적이다. 이번 시즌 남자농구 샐러리캡은 25억원이다. 26일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전자랜드 선수단 총연봉은 15억 693만원이다. 샐러리캡 소진율이 60.28%로 전체 구단 중 꼴찌인 것은 물론 구단 역대로도 최저다. 프로농구 역대로는 2012~13시즌 창원 LG(53.7%), 1998~99시즌 대구 동양(57.3%)에 이어 3위다. 해당 시즌에 LG는 8위, 동양은 10위로 부진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최소 연봉으로도 최대의 효율을 내며 최저 연봉팀의 반란을 보여 주고 있다. 이대헌(28)이 경기당 평균 15.2득점, 김낙현(25)이 12.8득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고 있고 탐슨과 헨리 심스(30)도 각각 12.3득점으로 거들고 있다. 주장 정영삼(36)도 중요할 때 한 방씩 터뜨리며 리더십을 보여 주고 있다.

전자랜드의 깜짝 활약은 26일 기준 3승4패로 공동 6위인 울산 현대모비스(99.52%·샐러리캡 소진율 2위), 원주 DB(99.12%·3위)와 비교하면 더욱 대비된다. 소진율 99% 이상인 구단 가운데 선전하는 팀은 2위 서울 SK(99.97%·1위)뿐이다.

올해 미국프로농구(NBA) 역시 연봉과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 준 바 있어 전자랜드의 ‘머니볼’이 더욱 기대된다. 2019~20시즌 우승한 LA 레이커스는 선수단 총연봉 순위가 17위였지만 3위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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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충북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 KB의 경기에서 우리은행 김정은(왼쪽)과 김진희(오른쪽)가 경기 중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WKBL 제공
지난 10일 충북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 청주 KB의 경기에서 우리은행 김정은(왼쪽)과 김진희(오른쪽)가 경기 중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
WKBL 제공
여자농구 역시 아산 우리은행이 샐러리캡 14억원의 32.9%를 차지하는 박혜진(30·3억원), 최은실(26·1억 6000만원)이 부상으로 빠진 채 1라운드를 치렀음에도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두 선수가 빠지면 최저 연봉팀이 되는 우리은행이지만 탄탄한 저력을 바탕으로 순위를 지킴으로써 성적은 연봉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2020-10-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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