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카메룬, 숨겨둔 ‘날카로움’ 꺼낼까

일본-카메룬, 숨겨둔 ‘날카로움’ 꺼낼까

입력 2010-06-12 00:00
수정 2010-06-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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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라이 블루’가 숨겨둔 진검을 휘두를 것인가,‘불굴의 사자’가 감춰둔 송곳니를 드러낼 것인가.

 14일(한국시간) 밤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일본과 카메룬의 E조 조별리그 첫 경기는 불안하게 남아공에 도착한 두 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받아들 성적표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경기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는 일본은 오카다 다케시 감독이 “4강에 가겠다”고 큰소리를 쳐 놓은 상태며,1990년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 8강을 밟았던 카메룬은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그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거창한 목표와 달리 양쪽 모두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FIFA랭킹 9위 네덜란드가 E조 1위로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유럽의 ‘소리없는 강호’ 덴마크까지 한 조에 묶여 있어 1라운드를 통과하기까지도 힘겨운 가시밭길을 걸을 전망이다.

 게다가 월드컵을 앞두고 두 팀이 팬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FIFA랭킹 45위로 객관적인 전력상 조별리그 탈락 가능성이 가장 큰 일본은 수차례 평가전에서도 희망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해 ‘기적’의 꿈마저도 멀어져가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세르비아와 평가전에서 0-3으로 진 일본은 이후 5월 한국에 0-2,잉글랜드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6월에도 코트디부아르와 경기에서 0-2로 완패했고,마지막 짐바브웨와 경기에서 0-0으로 비긴 것이 그나마 최고의 성적이었다.

 중원에서 볼 점유율을 높이며 우세하게 경기를 운영하는 특유의 스타일도 들쭉날쭉했고,그나마 미드필더들이 좋은 움직임을 보일 때도 스트라이커의 결정력이 부족해 점수를 뽑아내지 못했다.

 FIFA랭킹 19위 카메룬 역시 최근 상황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어렵다.

 3월 이탈리아와 평가전에서 슈팅 12-4,유효슈팅 5-0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0-0으로 비길 때만 해도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이후 하강곡선을 그렸다.

 세르비아와 포르투갈에 각각 3-4,1-3으로 졌고,월드컵에 처음 출전하는 슬로바키아와 평가전에서 1-1로 비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여기에 간판 스트라이커인 사뮈엘 에토오가 은퇴한 스타 로저 밀라와 언쟁을 벌이다 월드컵에 불참하겠다며 잡음을 일으킨 끝에 합류한 터라 팀 분위기도 좋지 못하다.

 기분 좋은 승리와 함께 월드컵 본선을 시작하며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추스르지 못한다면 네덜란드,덴마크 등과 경기에서 완전히 침몰할 수 있기에 조별리그 첫 경기는 두 팀 모두에게 절박한 일전이다.

 어느 쪽의 공격진이 부진을 딛고 살아나느냐에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카메룬으로서는 논란이 있었다 해도 에토오의 발끝에 운명을 걸 수밖에 없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인테르 밀란의 우승을 이끈 에토오는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도 혼자 9골을 터뜨린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다.

 포르투갈과 평가전에서 거친 플레이를 일삼다 퇴장당해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에토오가 제 기량을 발휘해야만 ‘불굴의 사자’는 진짜 송곳니를 드러낼 수 있다.

 이렇다 할 해결사가 없는 일본은 머리가 조금 더 복잡하다.

 한 경기에 두 개의 자책골을 몰아친다든지 코트디부아르 간판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의 팔을 부러뜨리는 등 그동안 엉뚱한 곳에 휘둘러지던 ‘사무라이 블루’의 칼날이 본선에서 제대로 상대 골문을 겨냥하길 기대해야 한다.

 일단은 “평가전에서는 실력을 감춘 것”(오카다 감독)이라거나 “본선 무대를 위해 골을 아껴뒀다”(미드필더 혼다 게이스케)던 다소 황당한 주장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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