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영향력 커진 글로벌 통화정책 대응 목적 금융시장과 소통기회 줄어 보완대책 마련해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횟수 줄이기’를 추진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살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전 세계 각국의 경기 흐름과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은 미세한 움직임에도 서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호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는 공동체로 묶여있다.
아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국제금융시장의 거대한 자금이동은 시작됐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가 이어진 것이 그 방증이다.
더구나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풀었던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긴축정책으로 선회할 예정인 반면에 유럽연합(EU)과 중국, 일본은 돈줄을 푸는 완화정책을 지속하는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상반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잡는 데 어려움이 커져 주요 국가나 경제권의 통화정책에 긴밀히 대응할 체제 구축의 필요성이 높아진 게 사실이다.
해외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기준금리를 정하는 통화정책 회의를 연간 8차례 열고 있거나 8차례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간 8차례 회의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미국 연준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연간 8차례 개최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작년까지 연 12회 개최했다가 올해부터 8회로 줄였다.
일본은행(BOJ)은 연간 14차례 회의를 열고 있으나 내년부터 연 8회로 줄이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특히 내년 회의 횟수를 줄이면서 회의 개최일자를 미 연준의 회의 일자와 비슷하게 맞추기까지 했다.
영란은행(BOE)도 회의 횟수를 12회에서 8회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 중앙은행의 이런 움직임은 매월 달라지는 월간 경제지표에 의존해 통화정책을 변경하기보다는 좀 더 긴 안목으로 경기흐름을 봐가면서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한은도 해외 각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맞춰 회의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왔다.
한은은 설립 이래 매월 금리결정 금통위를 개최했다.
회의가 매월 열리면 산업활동동향 등 월간 단위의 경제지표가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검토된다.
반면에 회의를 연간 8회, 즉 분기 2회 개최하면 분기 경제성장률을 주요 지표로 활용하면서 금리 결정을 앞둔 채권시장의 불필요한 예측과 혼선을 줄이고 금리정책 결정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한은법 시행령 14조에 따르면 ‘금통위는 매월 1회 이상 소집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한은은 현재 매월 둘째 주 목요일에 금리결정 회의, 넷째 주 목요일엔 금리결정을 제외한 여타 안건을 다루는 회의를 연다.
연간 금리결정 금통위 횟수를 8회로 줄여도 금리결정 외의 안건을 논의하는 금통위가 있기 때문에 시행령에 위배되지 않는다.
또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는 등 긴급한 사안이 발생하면 의장이나 금통위원의 요구에 따라 언제라도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기 때문에 위기 대응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이 금통위 결정보다 미국 연준의 금리결정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서 금융시장과의 소통기회가 줄어 효과적인 통화정책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은은 금통위 직후 총재가 기자회견을 열어 금리결정의 배경을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과 소통하는데 이런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원들이 장단점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논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회의 횟수를 축소하게 되면 부작용에 대한 보완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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