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직 단체장 출마 180명, 행정공백 없어야

[사설] 현직 단체장 출마 180명, 행정공백 없어야

입력 2010-05-17 00:00
수정 2010-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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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직 광역·기초단체장이 180명이나 된다고 한다. 전국 244개 지자체 가운데 74%에 이르는 곳의 단체장들이 선거로 자리를 비운 것이다. 단체장은 예비후보자 또는 후보자로 등록하는 날부터 직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그 빈틈을 타 공직기강이 흐트러지고 행정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초에 단체장 유고 행정관서의 권한대행마저 출마를 위해 공직을 사퇴한 곳에서는 업무공백이 가중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무원들은 선거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공무에만 집중해 줄 것을 당부한다.

단체장 부재에 따른 공직 기강해이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남 영광군 공무원 15명은 평일이던 지난 4일 집단으로 연가를 내서 골프를 쳤다고 한다. 인천시에서는 일부 공무원들이 출장신고서를 낸 뒤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신도시 개발부서 공무원 5명은 인천 캠퍼스를 추진 중인 어느 대학의 교수들과 어울려 대낮에 대여섯 시간이나 술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공무원이 근무를 태만하게 한 날은 단체장이 선거 때문에 바쁘거나 후보로 확정되면서 직무정지가 된 날이라고 한다. 특정 후보에게 드러내놓고 줄을 서고 선거운동원을 자청하는 공무원들도 여전히 적지 않다. 한마디로 선거 때문에 공무원들만 살판 난 셈이다.

공무원들의 기강해이 실태는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대동소이할 것이라고 본다. 정부와 사정당국이 대대적으로 나서 선거를 감시하고 공직기강을 감찰한다지만 몰래 저지르는 공무원의 선거개입이나 나태한 근무행태를 일일이 잡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선거기간 동안 공무원들은 공직의 본분을 다시 한번 새겨주길 바란다. 선거에 나서는 단체장들도 자세를 바꿔야 한다. 인사권을 갖고 자꾸 장난을 치니까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시민감시단과 유권자들도 단체장과 공무원의 그릇된 공생관계를 철저히 가려 준엄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 선거비리에 대해 보다 강력한 형사처벌과 문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2010-05-1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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