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접 체벌 허용은 최소한의 장치다

[사설] 간접 체벌 허용은 최소한의 장치다

입력 2011-01-19 00:00
수정 2011-01-1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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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그제 전국 모든 초·중·고교에서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간접 체벌은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학교문화선진화방안’을 내놓았다. 문제 학생에 대해 신체를 직접 접촉하는 체벌이 아닌 팔굽혀펴기·운동장 돌기 등과 같은 간접 체벌을 학교에서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준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장관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전면적인 체벌금지를 시행하면서 빚어지고 있는 학교현장의 혼란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체벌금지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진일보한 조치다.

우리는 그동안 체벌 전면 금지가 시기상조라고 지적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간접 체벌 허용은 ‘최소한’의 장치라고 평가한다. ‘최소한’은 말 그대로 직접 체벌은 금지하더라도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절대 다수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학습권 보장은 교권 보호, 학교질서 유지와 맞물려 있다. 교권이 침해당하는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다만 간접 체벌이라도 한계는 분명해야 한다고 본다. 일선학교들은 학칙에 간접 체벌의 종류·기준·범위를 분명하게 제시하되, 문제 학생들이 교육적 징계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문제 학생들에 대한 ‘출석정지’(일종의 정학)를 시행했을 때 나타날지도 모를 부작용도 꼼꼼히 따져봐야 함은 물론이다.

간접 체벌 허용으로 정부와 일부 교육청이 충돌하는 듯이 비치고 있어 안타깝다. 체벌을 전면 금지하면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경기교육청과 제정할 계획인 서울교육청이 반발하고 있다. 간접 체벌을 허용하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3월 발효되면 교육청의 조례나 지침은 효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교육당국은 법적인 주도권 다툼에 앞서 교육현장 혼란 방지가 최우선 과제라는 자세로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접점을 모색하기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체벌이 없는 학교문화 조성이 우리 모두의 꿈이다.
2011-01-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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