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일호팀’ 비상한 각오 없이는 위기 못 넘는다

[사설] ‘유일호팀’ 비상한 각오 없이는 위기 못 넘는다

입력 2015-12-22 21:14
수정 2015-12-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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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이 지명되자 기대보다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역대 경제 부총리에 비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 상황에서 남은 2년여 동안 ‘마무리 투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친박 정치인인 유 후보자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재선 의원에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지냈다. 박근혜 정부의 3기 경제팀 사령탑을 할 자격은 충분하다고 본다. 하지만 40여일 전까지 총선 출마를 위해 표밭갈이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경제위기를 타개할 역량과 전략을 보여 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비상계획의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내년 우리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과거 독재정권이 했던 ‘북풍’(北風) 공작에 빗대 현 정권이 경제불안 심리를 조작하는 ‘경풍’(經風) 공작을 전방위적으로 펼친다고 비난한다.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은 실제로 위기상황이 맞다. 내년은 한국 경제의 명운을 결정지을 중차대한 시기다.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국 경제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저성장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분기점에 서 있다.

대내외적인 여건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국은 7년 만에 금리를 올린 뒤 내년에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중국 경제 둔화는 나아질 조짐이 없고 저유가 쇼크는 내년에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수출이 끝없이 추락하는 가운데 내년 초 ‘소비절벽’이 예상되는 등 내수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12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시한폭탄은 언제든 뇌관이 터질 수 있다. 100만원을 벌어서 24만원을 빚 갚는 데 쓸 정도로 빚에 허덕이고 있다. 안팎의 악재 속에 신임 경제수장의 역할과 책무는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애초 경제 부총리에는 정통 경제관료가 유력하게 거론되다가 집권 하반기 들어 정부에 정치적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친박계의 의견에 따라 유 후보자가 경제사령탑에 내정됐다는 말도 나온다. 내년 총선,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판단에 따라 경제 정책이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도 유 후보자의 몫이다.

유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한 말이겠지만 돈을 미리 끌어다 쓰는 식의 단기적인 경기 부양은 이미 효과가 없음이 드러났다. 내년에는 돈을 풀어서 경기를 띄울 만한 재정적인 여력도 없다. 기존 정책을 따라 하는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기일수록 대증요법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비상한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경제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다.

유 후보자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한계기업의 정리 등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다.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도 나서는 등 적절한 처방을 실기하지 않고 내놓아야 한다. 3기 ‘유일호 경제팀’이 ‘약체’가 아니냐는 걱정을 보란 듯이 떨쳐 버리고 한국 경제가 반등할 수 있는 탄탄한 초석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2015-12-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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