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인들 12월마다 그런 마음이 안 들었겠냐마는 돌이켜 보니 유독 올해는 하루하루를 더더욱 ‘정신머리’ 없이 살아왔던 듯싶다. 하물며 엄지발가락에 구멍이 난 양말을 꿰맬 때도 바느질에 매듭을 딱 지어야 온전히 신을 수 있고, 코트 앞섶에 달려 있어야 할 단추가 사라졌을 때도 그걸 샅샅이 뒤져 찾거나 애써 여분의 단추를 달기 전까지는 입기에 께름직함이 크게 작용하는 바 지난해 12월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었나 하면 그건 계엄이었고 이와 관련한 중차대한 일들이 아직도 재판 중에 있으니 ‘염통머리’ 없는 ‘꼭두머리’들이여, 그간의 ‘소행머리’를 진실로 다 고하고 이만 좀 꺼져 주면 안 될까.
허구한 날 그랬니 안 그랬니 말 한마디에 속보가 뜨는 뉴스거리에 지친 것도 사실이지만 까도 까도 이어지는 거짓말 놀이에 어처구니가 없는 것도 분명하지만 똥 누고 밑 안 닦았을 때의 엉거주춤한 자세로 1년 넘게 지냈다는 데서 오는 극심한 피로, 모르긴 몰라도 작금의 우리는 여간 신경질 나는 상태가 아니지 않을 것이다. 그래, 연말의 이 기분이라 하면 화일 것이다.
화란 본디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질머리’일 텐데 묘하게도 꾹꾹 참고 있다가 이 단어를 불쑥 끄집어내는 즉시 그 감정이 시뻘건 불덩이로 나를 휘감아 버린다. 순간 나는 시꺼멓게 타 버려서 내가 날 알아보기 힘든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면 웬만하면 그 화는 내뿜지 않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문제는 정작 화를 돋우는 사람은 화를 입지 않고 매번 화를 참아 낸 사람이 화를 입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게 현실이라는 거다.
누가 누가 더 막말을 잘하나, 누가 누가 더 고함을 잘 치나, 누가 누가 더 나만 옳은가, 누가 누가 더 저만 잘났나, 마치 누가 누가 더 화를 잘 내는지 오디션 무대라도 되는 듯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장면을 보고 있자니 여야를 막론하고 저들이 우리를 대변한다 할까 싶어 그만 선을 딱 긋고 싶어진다. 정치를 재미로 하는가, 억지웃음이 유머인가, 그러고는 시도 때도 없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자기변명과 상대 비하의 글을 따라 읽고 있으니 그 한 가지는 덧붙여 보고 싶다. 최소한 글을 올리기 전에 퇴고는 해 주기를, 출력해서 서너 번 고친다 하면 오탈자나 띄어쓰기는 기본이고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지 거짓된 정보가 섞이지는 않았는지 자체 검수는 될 것 아닌가. 왜 제 쓰는 기분에 질주하고 왜 남 읽는 기분은 방관할까.
요즘 읽고 있는 책이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이라 ‘탁! 깨달음의 대화’라는 제목을 두고 삶은 계란 하나를 탁! 하고 머리에 깨서는 까먹는데 옆에 있는 엄마는 조기 네 마리의 살을 바르느라 바쁘다. 일단 머리를 툭 돌려서 따로 놓고 몸통의 살을 발라 조카들 수저 위에 올려 주며 어두일미라고 가르쳐 주는데 머리, 내가 왜 이렇게 ‘머리’ 타령을 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었다. 해답은 질문하는 사람들 모두가 갖고 있기에 스님은 사람들에게 다만 물을 뿐이라 하셨지. 그러니까 머리란 무엇인가.
김민정 시인·난다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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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난다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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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난다출판사 대표
2025-12-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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