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를 알려면 포르노 판매를 보라

이라크를 알려면 포르노 판매를 보라

입력 2010-08-24 00:00
수정 2010-08-2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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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정치상황에 따라 부침(浮沈) 반복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시내 중심가의 한 허름한 가게 안.책상 위에는 수백개의 포르노 DVD가 쌓여 있다.다른 테이블에는 ‘킹콩’과 같은 할리우드 흥행대작들도 있지만 이 가게에서 가장 잘 팔리는 건 섹스물이다.

 청바지를 입고 머리카락을 올백으로 빗어 넘긴 가게 주인 자심 하눈(22)은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게 있다.외국영화냐 아랍인,이라크인,인도인 유명인사가 나오는 거냐”라고 묻는다.

 하눈은 개당 평균 3달러인 포르노 DVD를 수십개씩 판매한다.

 하눈 가게 옆에서 DVD 판매를 하는 아마르 자말(24)도 선정적인 DVD를 팔지만 데미 무어가 스트립댄서로 주연한 ‘스트립티즈’처럼 성행위 묘사가 상대적으로 덜한 것을 주로 취급한다.

 노출 수준이 낮은 탓인지 개당 판매가는 1.2달러 정도다.자말은 2007년 음란물을 판매하다 걸려 20일 옥살이를 한 바 있다.

 이처럼 이라크에서 포르노 비디오 판매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이래 전개된 이라크의 치안 및 정치상황과 깊이 맞물려 있다.

 이라크 침공 직후 이라크에선 무엇이든 다 허용되는 분위기였다.바그다드 일부 거리에 포르노물이 나타난 것도 이때다.레바논.이스라엘.터키를 제외한 중동지역의 모든 국가가 보수적인 이슬람 정서와 율법에 따라 포르노 거래를 불법화하고 있다.

 물론 집에서 국제위성채널이나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보기도 하지만 이라크처럼 거의 매일 폭발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역내 국가들은 엄격하게 포르노 매매를 단속한다.따라서 이라크에서의 포르노 판매 성업은 아랍세계에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의 강압적인 법과 질서가 붕괴되자 레스토랑과 나이트클럽은 성황을 이뤘다.미군과 다국적군,외국보안업체들이 몰려오면서 그간 금지돼왔던 포르노도 휩쓸려 들어왔다.아이들과 노점상들은 이라크 정부와 미 대사관이 위치한 바그다드 내 특별경계구역인 ‘그린존(Green Zone)’이나 호텔 밖에서 버젓이 포르노를 팔았다.

 하지만 포르노물 호황은 단명하고 말았다.2004년부터 이라크는 반미 강경세력인 시아파 민병대와 알-카에다와 같은 수니파 무장단체들로 갈라지면서 납치와 처형,자살폭탄테러 등이 자행됐다.특히 시아파 민병대는 바그다드 전지역을 통제하는 등 전국을 무정부상태로 몰아넣었다.술과 음란물 판매 등 이슬람이 금지하는 행위를 단속하는 건 당연했다.

 그러다 2007년 이후 누리 알-말리키 총리가 미군의 지원을 받아 민병대를 척결하면서 폭력사태는 급속히 줄고 바그다드에는 질서가 다소 회복됐다.

 그러나 정권기반이 취약한 이라크 정부는 포르노물 단속에 나설 만큼 여유가 없다.무엇보다 이라크 현(現) 집권당인 법치국가연합은 지난 3월 총선에서 승리한 야권 정당연맹체 이라키야과의 연정 구성이 시급하다.

 익명을 원한 이라크 내부무 관리는 당국이 현재 포르노 판매업자들을 단속하는 것보다 더 큰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포르노 판매업자들이 바그다드 거리로 되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하눈은 아직 (단속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실업률이 20% 이상 되는 상황에서 자신이 발견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말했다.

 바그다드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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