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양국관계 개선 위해 틀 뛰어 넘어” 환호야당 “모험주의…일관성 필요” 비판
“마침내 오셨군요.”(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물론입니다. 도착했습니다.”(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5일 사전 조율이나 예고 없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귀국길에 파키스탄을 갑작스럽게 방문하면서 통상적인 방식을 뛰어넘은 그의 외교에 양국 정계와 국민이 놀라움을 나타냈다.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모디 총리가 샤리프 총리의 생일을 맞아 이날 오전 전화를 하면서 결정됐다고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한 국가 정상이 외국을 방문할 때 여러 단계의 사전 접촉과 조율이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이번 방문은 ‘파격’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더구나 양국은 세 차례 전쟁을 치렀고 현재도 카슈미르 지역 영유권을 놓고 국경 지역에서 소규모 교전이 벌어지는 ‘앙숙’ 관계다.
이 같은 관계에서 마치 친구 집 방문하듯 정상 간 전화통화만으로 그 자리에서 방문을 결정하고 트위터로 알린 것에 인도 언론과 네티즌들은 ‘모디플로머시’(Modiplomacy·모디와 diplomacy(외교) 합성어), ‘모디파이드 디플로머시’(Modi-fied·모디와 Modified(수정된) 합성어) 등의 말을 잇달아 만들어내며 놀라워했다.
여러 외교 분석가들은 모디 총리가 “양국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틀을 뛰어넘는 생각”을 했다거나 “불가능한 용감한 일을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파키스탄 프레스턴 대학의 아마눌라 메몬 교수는 “이번 방문이 두 나라의 유대를 증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AP 통신에 말했다.
인도 언론인 바누드 샤르마는 “모디 총리가 아침은 아프간 카불에서 먹었고, 점심은 파키스탄 라호르, 저녁은 뉴델리에서 먹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 지역과 모든 국민에 좋은 일”이라고 파키스탄 지오TV에 말했다.
인도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카슈미르 분리주의 세력 가운데 하나인 후리야트 그룹에 속한 미르와이즈 우메르 파루크도 “카슈미르 주민들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가까워지는 기회를 환영한다”며 “카슈미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의 정치적 의지와 비전이 필요하다”며 이번 방문을 환영했다.
인도 영화제작자인 마헤시 바트는 “모든 인류 사상의 주요한 도약은 희망적인 담대함에서 비롯됐다”며 모디 총리의 방문을 호평했다.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의 날린 콜리 대변인은 “파키스탄과 관계 개선은 이 지역의 이익이 걸린 일”이라며 “양국뿐 아니라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한 노력은 환영받을 일”이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인도 야당은 이번 방문이 돌출적이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제1야당인 국민회의당(INC) 소속으로 전 정부에서 정보방송부 장관을 지낸 마니시 테와리는 “이번과 같이 되는대로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모디 총리의 모험주의가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아조이 쿠마르 하원의원은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가 다른 나라를 갔다가 귀국하는 길에 잠깐 들를 수 있을 정도로 좋지는 않다”며 “총리의 방문을 트위터를 통해서야 알게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보통사람당(AAP)의 아슈토시는 “모디 총리와 여당은 전임 만모한 싱 정부 때 파키스탄이 테러를 지원한다면서 대화를 반대했다”며 “지금은 무엇이 바뀌었나”라고 꼬집었다.
인도 잠무 카슈미르 주 주총리를 지낸 오마르 압둘라는 “양국관계에는 큰 제스처 보다 일관성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양국관계는 일관성이 부족했고 (악재가 발생하면) 자동적으로 대응조치를 하면서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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