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무성 관계자 “한일갈등에 美 ‘중재’ 입장 아니다” 주장

日 외무성 관계자 “한일갈등에 美 ‘중재’ 입장 아니다” 주장

입력 2019-08-09 21:12
수정 2019-08-0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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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악화 후 韓특파원 대상 첫 간담회 자청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 정부는 중재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9일 오후 포린프레스센터에서 약 1시간 동안 도쿄 주재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한일관계 현안 브리핑을 했다.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이후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때 미국의 중재 관련 보도가 나왔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그는 미국은 일관되게 ‘관여하고 있지만 중재(중개)는 하지 않는다’는 태도라며, 주권 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직접 풀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미국 내에서는 태평양전쟁 종전 후의 국제질서를 규정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근거해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한국이 ‘리라이트’(재작성)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삼권분립 원칙을 강조하며 대법원판결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에선 행정부가 사법에 관여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일본 정부의 요구는 사법에 관여하라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삼권분립은 국가 내의 통치 시스템으로 중요하지만 국가 간 약속(청구권협정)은 사법을 포함해 국가 전체를 구속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한국 정부가 나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많은 한국인이 징용 배상 문제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책임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그는 징용 배상 판결을 받은 원고들에게 한국과 일본 해당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위자료를 주는 방안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는 한일 양국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관계 속에서도 ▲ 안보 협력 ▲ 경제 협력 ▲ 긴밀한 민간교류라는 3개의 안전장치를 갖고 있었다며 이들 안전장치가 흔들리는 현실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내에서 오는 24일까지 연장 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거론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 협정의 연장을 강력히 희망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에 대해선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본 측이 거론한 수출관리 상의 신뢰 훼손에는 위안부 합의 파기와 징용 배상 판결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자(징용배상) 문제 등 한일 현안의 출구를 찾기 위한 다양한 채널의 외교적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정상회담은 결론을 내는 장이므로 출구가 보여야 할 것’이라며 양국이 대치하는 현 상황에선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일본은 전후 민주주의 국가로 한국의 경제발전을 응원해 왔고, 한국 발전이 일본의 이익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주장하면서 지금의 상황에 냉정하게 접근해 서로가 손해를 보는 방식이 아닌 ‘윈윈’의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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