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협박범은 놔두고 왜 전시회만 중단하나”

“소녀상 협박범은 놔두고 왜 전시회만 중단하나”

박성국 기자
박성국 기자
입력 2019-08-04 22:54
수정 2019-08-0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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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위안부 사진전 연 안세홍 작가

日우익, 준비 과정부터 전시 제동 움직임
日작가·시민들과 24시간 작품 철거 막아
“전시 중단 취소 가처분소송 진행할 것”

트리엔날레 참여 작가들도 보이콧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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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홍 사진작가.  연합뉴스
안세홍 사진작가.
연합뉴스
“일본 우익의 테러 협박이 있었다면 협박범을 잡아야지 왜 전시회를 중단합니까. 나고야 시장 본인이 위안부와 난징학살까지도 인정하지 않는 우익입니다. 애초 전시 자체를 굉장히 싫어하니까 우익 협박 핑계로 전시를 막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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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그동안 일본에서 외압으로 전시되지 못했던 작품을 모은 전시는 사흘 만인 지난 3일 중단됐다. 나고야 연합뉴스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그동안 일본에서 외압으로 전시되지 못했던 작품을 모은 전시는 사흘 만인 지난 3일 중단됐다.
나고야 연합뉴스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 그 후’가 결국 4일 중단됐다. 이날 안세홍 사진작가는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기획전 부스 앞을 지키고 있었다. 기획전에 참여한 그는 일본 위안부 피해자를 조명한 ‘겹겹’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외에 위안부 문제를 알려 왔다.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만난 안 작가는 이번 전시 중단을 “전시회 협박 전화를 내세운 우익 정치인들의 정치적·감정적 결정”이라고 봤다. 지난 3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과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전시 관련 항의 전화가 쏟아진다는 이유로 “안전한 운영이 우려된다”면서 중단 결정을 알렸다. 이에 안 작가는 “먼저 전시 중단을 결정하고 명분 쌓기용 기자회견을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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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폐쇄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 입구에 관람객과 작가, 경비 인력이 뒤섞여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그동안 일본에서 외압으로 전시되지 못했던 작품을 모은 전시는 사흘 만인 지난 3일 중단됐다. 나고야 연합뉴스
4일 폐쇄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장 입구에 관람객과 작가, 경비 인력이 뒤섞여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해 그동안 일본에서 외압으로 전시되지 못했던 작품을 모은 전시는 사흘 만인 지난 3일 중단됐다.
나고야 연합뉴스
그는 “트리엔날레 집행위원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위안부 관련 전시 내용을 보고받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장 사진 유포 금지’ 등 조건을 내걸어 제동을 걸었다”며 준비 과정부터 이미 조짐이 보였다고 했다. 지난 2일 전시장을 찾은 가와무라 시장은 위안부 문제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을 내뱉기도 했다.

현재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자 사진 등이 포함된 전시장은 대형 구조물로 출입이 막힌 상태다. 실행위가 내부 전시물을 강제 철거할 수 있어 전시 참여 작가와 일본인 작가, 일반 시민들이 24시간 교대로 작품을 지키고 있다. 안 작가를 포함한 참여 작가들과 일부 실행위원들은 일본 법원에 전시 중단 결정 취소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다. 안 작가는 2012년 일본기업 니콘이 자신의 전시회 취소를 통보하자 가처분 신청을 해 관객들을 만나기도 했다.

안 작가는 “법원 결정에 따라 전시를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트리엔날레의 다른 전시에 참여한 박찬경·임민욱 작가는 자신들의 작품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박 작가는 숲속을 배회하는 인민군복 차림의 소년을 그린 영상물 ‘소년병’(2017)을 출품했고, 임 작가는 김정일·박정희 장례식장 장면을 교차 편집한 이전 작업에 한복 등 오브제를 추가한 ‘아듀 뉴스’(2019)를 선보였다.

한 미술계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두 작가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작업이 한 시간이라도 관람객에게 보이길 원치 않는다고 했다”면서 “전시 중간에 이렇게 작품을 빼는 것은 기본적으로 검열이며 가벽을 세워 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2019-08-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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