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하비 ‘신자유주의 세계화… ’ 출간
‘포스트모더니티의 조건들’이란 저서로 세계적인 학자로 떠오른 비판적 역사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미국 뉴욕시립대 인류학과 석좌교수가 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공간들’(문화과학사 펴냄)이 번역되어 나왔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지리학과가 개최하는 ‘헤트너 강의’를 책으로 옮긴 것이다. 강의 형식이라 복잡해 보이는 하비의 주장을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장점이다.하비의 주장에 따르면 폴 크루그먼이 ‘대압착(The Great Compression) 시대’라 불렀던 2차대전 이후, 노사협약에 따른 안정적 발전이 거북스러웠던 기득권층의 반격이 신자유주의다. 이 정도면 널리 알려진 주장인데도 “신자유주의 국가는 심각할 정도로 반민주주의적이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국가를 이끄는)엘리트 거버넌스가 선호되고 집행명령과 사법결정에 의한 강한 행정부 우위가 출현한다.”거나 “이 관점에서 대중민주주의는 우민정치와 같은 말이다.”, “국가는 강력한 입법과 경찰전술에 의지할 것이다. 감시기구 및 경찰기구가 급증한다.”는 등의 언급이 남 얘기 같지 않다.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사회, 다시 말해 ‘탈취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sion)’을 가속화하기 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진압작전이 필수라는 뜻이다.
그보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제는 차고도 넘쳐나는 ‘중국대망론’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대망론은 기본적으로 우파의 공포 마케팅 측면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한때 번진 ‘샌드위치론’처럼 일종의 국민동원용 명제인 셈이다. 중국이 저렇게 쑥쑥 크고 있는데 우리는 뭐하냐, 단결해서 대응하자는 논리다. 우리가 해먹는 건 괜찮은데 중국이 하면 배아프다는 심술도 일정 부분 섞여 있다.
그런데 최근 좌파학자들도 여기에 뛰어들었다. 종속이론의 대부 안드레 군더 프랑크는 죽기 전 출간한 ‘리오리엔트(re-orient)’에서 서양의 근대란 것은 그리 뛰어나거나 잘난 것이 아니며 우연한 역사적 계기를 타고 19~20세기에 반짝 호황을 누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늘 그래왔듯, 지금 다시 중국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 헤게모니가 바뀔 때 이런저런 충돌은 있게 마련. 프랑크는 미국의 무력 따위는 겁내지 말라는 친절한 충고도 곁들였다. 이탈리아 세계체제론자 조반니 아리기 역시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를 통해 중국을 ‘비자본주의적 시장경제 발전 모델’로 명명한 뒤 중국이 서양과는 다른 혁신을 이뤄낼 것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하비가 보기에 이런 주장들은 미국이 밉다는 이유로 중국을 지나치게 예쁘게 그린 격이다. 중국이라고 해서 ‘탈취에 의한 축적’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원칙이 관철되지 않을 리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의 신자유주의는 훨씬 위험하다.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권위주의 국가의 길을 걷고 있어서다. 신자유주의 자체도 반민주적인데 권위주의적이기까지 하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는지, 결과가 좋더라 해도 그게 꼭 좋다는 의미인지 낙관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환상을 접으라는 뜻이다.
한국도 남 얘기는 아니다. 하비는 한국을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중국과 별 다를 바 없는 국가로 보고 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2010-08-0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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