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담는 사진작가들 | 추풍령

고향을 담는 사진작가들 | 추풍령

입력 2012-03-11 00:00
수정 2012-03-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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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들…

충북 영동 추풍령이 고향인 나는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는 정지용 님의 시 <향수>를 좋아한다. 고향의 추억은 아름답고 시리도록 그립고 아련한 가운데 씁쓸한 기억들도 고명처럼 간혹 박혀 있지만, 언제나 아늑한 어머니의 품속 같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사진을 통해 내 소중한 흔적들을 잠시나마 다시 깨워보고 싶다. 그리고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이 소중한 흔적들을 사진적 시각과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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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이제 찾는 이 없는 쓸쓸함으로 가득하다. 삶의 윤기가 흐르던 그곳엔 깨진 항아리와 토담이 남아 있고, 갈라진 틈새엔 잡초가 무성하다.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흔적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그곳을 지키고 있다. 까만 고무신과 책보, 토담과 초가, 신작로에 뽀얀 먼지를 입고 있는 미루나무, 무엇 하나 그립지 않은 것이 없다. 주인이 떠난 자리, 쓸쓸한 싸리문엔 누렇게 바랜 편지가 꽂혀 있고, 집안의 구석에는 뒹구는 가구들과 켜켜이 쌓인 먼지들 뿐…

흙벽에 간신히 붙어 있는 액자 속 가족사진에는 아련한 옛 기억들이 남아 있다. 삼베 행주치마와 호미자루는 어머니의 향기를 다시 불러온다. 호미로 돌밭을 일구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삶의 무게에 지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혼자서만 꺼내보곤 하는 내 마음속의 보물상자다.

사진을 통해 나는 지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 고향을 나눠 보고 싶다. 내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인 ‘고향의 흔적’들과 ‘잊어버린 시간’을…. 떠난 이는 언제 돌아올 지 기약이 없지만, 빈 터는 반가운 옛 주인의 발길을 기다리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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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경원대학교 사진영상과 졸업하고, 현재는 한국사진작가협회 학술교육분과 사무국장, 분당사진연구회 지도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한국고유문화콘텐츠진흥원 및 산림청 공동주관 <한국사진가 10인전>, 중국 길림성 연변 촬영가협회 초청사진전 등 기획전시와 <잃어버린 시간들…> <喜 / 怒 / 哀 / 樂>의 두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작품집으로는 《빛바랜 여행》이 있다.

글·사진_ 이성우 사진작가 http//:www.photogre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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