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들…
충북 영동 추풍령이 고향인 나는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는 정지용 님의 시 <향수>를 좋아한다. 고향의 추억은 아름답고 시리도록 그립고 아련한 가운데 씁쓸한 기억들도 고명처럼 간혹 박혀 있지만, 언제나 아늑한 어머니의 품속 같은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사진을 통해 내 소중한 흔적들을 잠시나마 다시 깨워보고 싶다. 그리고 내 속에 잠들어 있는 이 소중한 흔적들을 사진적 시각과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싶다.흙벽에 간신히 붙어 있는 액자 속 가족사진에는 아련한 옛 기억들이 남아 있다. 삼베 행주치마와 호미자루는 어머니의 향기를 다시 불러온다. 호미로 돌밭을 일구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삶의 무게에 지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혼자서만 꺼내보곤 하는 내 마음속의 보물상자다.
사진을 통해 나는 지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 고향을 나눠 보고 싶다. 내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인 ‘고향의 흔적’들과 ‘잊어버린 시간’을…. 떠난 이는 언제 돌아올 지 기약이 없지만, 빈 터는 반가운 옛 주인의 발길을 기다리며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사진_ 이성우 사진작가 http//:www.photogre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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