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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경제’ 종사자 최대 54만명…노동자 보호 방안은?

‘플랫폼경제’ 종사자 최대 54만명…노동자 보호 방안은?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19-08-23 14:18
업데이트 2019-10-2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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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경제 종사자 고용 및 근로실태 진단과 개선방안 토론회

자료사진
자료사진 픽사베이 제공
퀵서비스·음식배달·대리운전 등 플랫폼경제에 종사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이들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서 47만명에서 최대 54만명까지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들 중 대다수는 고용보험 등 기존 사회안전망에서 배제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등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3일 고용정보원은 ‘플랫폼경제 종사자 고용 및 근로실태 진단과 개선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최근 늘어나는 플랫폼 경제 종사자의 구체적인 현황과 함께 이들을 사회안전망 안으로 포섭하는 방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최대 53만 8000명…남성은 대리운전, 여성은 음식점 보조

한국고용정보원이 수행한 ‘한국 플랫폼경제종사자 규모 추정’(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 연구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경제 종사자는 정의에 따르서 46만 9000명에서 53만 8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 전체 취업자의 1.7%,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1달간 디지털 플랫폼 중개를 통해 고객에게 유급노동을 제공하고 수입을 얻은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47만여명, 현재 취업자 가운데 최근 한달 간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았어도 지난 1년간 이를 통해 수입을 얻은 자로 정의하면 54만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과 직종으로 나눠서 보면 남성은 주로 대리운전(26.0%), 화물운송(15.6%), 택시운전(8.9%) 종사자 순으로 많았다. 여성은 음식점보조·서빙(23.1%), 가사육아도우미(17.4%), 요양의료(14.0%) 순이었다. 인적특성별로 보면 남성(66.7%)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았고 연령별로는 50·60대 장년층(51.2%)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플랫폼 경제에 종사하는 사람(50.3%)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플랫폼경제 종사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3%는 부업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고용보험 가입률 34% 언저리…직업만족도도 낮아

플랫폼경제 종사자들은 전반적으로 사회보험 가입률이 높지 않고 직업만족도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기성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플랫폼경제 종사자 주요 직종의 근로실태’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플랫폼경제 종사자 중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 종사자, 음식배달원, 택시기사 등 4개 직종 종사자의 근로실태를 분석했다.

네 직종 종사자의 평균 사회보험 가입률을 보면 고용보험이 34.4%로 가장 낮아 일자리 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불안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국민연금 53.6%, 건강보험 70.1% 등으로 조사됐다. 직종별로 세부적으로 보면 고용보험 가입률에서 음식배달원은 10.2%, 퀵서비스 종사자는 19.6% 등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일자리 만족도도 낮았다. 플랫폼경제 종사자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34.6%만이 직업에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 보면 전반적 만족도는 음식배달원이 49.0%로 가장 높았지만 택시기사(36.0%), 퀵서비스 종사자(28.9%), 대리운전(24.5%) 등으로 종사자 대다수는 직업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플랫폼경제 일자리에 참여하면서 버는 수입은 퀵서비스 종사자가 23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음식배달(218만원), 대리운전(159만원) 순으로 많았다. 택시운전은 74만원으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만 부업으로 하는 경우도 많아서 플랫폼경제 일자리에서 번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차이가 있었다. 퀵서비스(86.5%), 음식배달(78.9%)이 높았으며 대리운전(57.1%)과 택시운전(23.6%)은 다소 낮았다.

●“디지털 사회보장제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점점 내몰리는 플랫폼경제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조치로 ‘디지털 사회보장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 ‘플랫폼노동자 보호제도와 전망’에서 플랫폼경제 종사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이유로 초과공급에 따른 임금과 고용안정성 등 노동조건 하향화 압력 증대, 차별과 사회적 고립, 장시간 노동, 노동공급에서 중개자 문제, 법적 지위의 불명확성과 비공식성으로 인한 과세의 문제 등을 지목했다.

이들은 사회보험 적용 대상을 기존 임금노동자 중심에서 취업자 전체로 확대하거나 디지털 사회보장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업자 전체로 사회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려면 보험료 납부와 실업 인정을 소득 기준으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지난해 자영업자를 실험보험 체계에 포함한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사회보장이란 플랫폼경제 종사자에게 플랫폼사회보장(DSS) 계좌를 부여하고 이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보험료 기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플랫폼 기업에는 보험료를 걷는 역할을 준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고객과 노동자는 거래금액 중 일정 비율을 전체 요금에 덧붙여서 내는 것이다. 이 보험료가 쌓여서 실업 등 위험에 처한 개별노동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유사 노동자에게 단체협약 체결권을 부여하는 등 집단법적으로 권리를 인정하기 위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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