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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환자, 버스·병원 등서 172명 접촉… 지역사회 전파 초비상

4번째 환자, 버스·병원 등서 172명 접촉… 지역사회 전파 초비상

이현정 기자
이현정 기자
입력 2020-01-28 18:00
업데이트 2020-01-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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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서 귀국 후 국내 ‘2차 방어선’ 구멍

하루 뒤 콧물·몸살… 병원 외 자택 대기
5일 만에 우한 방문력 밝혀 ‘능동 감시’
접촉자 중 유증상 가족 1명 ‘음성’ 확인

역학조사 때 거짓 답변, 벌금·징역 규정
의사 진료 때 거짓 답변 처벌 대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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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네 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공항버스, 택시 등을 타고 이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귀국 하루 뒤인 지난 21일부터 콧물과 몸살 기운을 보여 귀국 당일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것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고 질병관리본부는 28일 밝혔다. 만약 미약하게나마 환자에게 증상이 있었다면 공항버스, 터미널, 택시 등에서 마주친 모두가 위험하다. 지역사회 바이러스 전파 우려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환자는 병원 방문 외에 집에서만 머물렀지만 질병관리본부는 접촉자를 172명으로 잡았다. 이 가운데 밀접접촉자는 95명으로 대부분 항공기 탑승자, 공항버스 탑승객, 의료기관에서 함께 진료받은 사람 등이다. 접촉자 가운데 가족 1명이 유증상자로 분류됐지만 음성으로 확인됐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국 시 환자가 느끼기에 무증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입국 다음날 증상이 나타난 것을 보면 입국 당시에도 증상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어 항공기 탑승객까지 접촉자 범주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환자는 20일 오후 4시 25분 우한발 직항편(KE882)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귀국했다. 이어 오후 5시 30분에 공항버스(8834번)를 타고 경기 평택시 송탄터미널로 가서 택시로 갈아타고 집에 갔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환자가 인천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만 해도 본인이 느끼기에는 증상이 없어 건강상태질문서에 아무런 내용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서 1차 방어선인 공항 검역도 이 환자를 걸러 내지 못했다.

2차 방어선도 무너졌다. 네 번째 환자는 21일 감기 증세로 평택 소재 의료기관(365연합의원)을 찾았으나 병원 측은 환자의 말만 듣고 귀가 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증상으로 입국해 공항에서 거르지 못한 환자를 지역 의료기관에서 걸렀어야 하지만 의료기관의 부주의와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지 않은 환자의 잘못으로 의료기관 방어벽까지 무력화된 것이다.

정 본부장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에 환자의 우한 방문 이력이 떠서 의사가 ‘우한에 다녀왔느냐’고 물었지만 환자는 ‘중국에 다녀왔다’고만 했고, 증상도 경증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의심하지 않았다는 게 의료기관의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평택 소재 의료기관을 다녀온 뒤로는 22~24일 자택에만 머물렀다. 그러다 25일 발열·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여 앞서 내원한 의료기관을 재방문해 그제야 우한 방문력을 밝히고 진료를 받아 능동 감시 대상이 됐다. 26일에는 근육통이 악화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진단을 받고 보건소 구급차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인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환자는 폐렴 증상을 보이고 있다.

정 본부장은 “21일 의료기관 방문 당시 우한 방문력이 확인됐더라도 콧물과 경미한 몸살 기운만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기준으로는 신고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의료기관 측이 환자의 말만 듣고 돌려보낸 것을 가지고 의료기관의 과실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는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포함) 방문자에 대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 중 어느 하나라도 확인되면 바로 의심환자(의사환자)로 분류해 격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서 환자가 거짓 답변을 했다면 2000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지지만 의사에게 진료받을 때 거짓 답변은 한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2차 방어선이 뚫렸는데도 불구하고 의사와 환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이유다.

정 본부장은 “현재 해당 의료기관은 폐쇄됐고 공항버스 등은 모두 소독했다”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정부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의료기관의 인식 등이 많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의료단체들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0-01-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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