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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없이도 수색…‘괴물’ 홍콩보안법에 떨고 있는 홍콩

영장 없이도 수색…‘괴물’ 홍콩보안법에 떨고 있는 홍콩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7-02 16:21
업데이트 2020-07-0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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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
‘홍콩보안법’ 반대하는 홍콩 시위대 ‘홍콩 반환 23주년’인 1일 홍콩 도심에서 시위대가 이날부터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철폐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로 300여명이 체포됐으며 이 중 9명은 홍콩보안법이 적용됐다. 2020.7.2
AFP 연합뉴스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영장 발부 없이도 경찰의 수색을 가능케 하고, 적용 대상에 국적과 지역도 가리지 않는 등 ‘괴물’ 같은 모습으로 홍콩을 긴장케 하고 있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보안법 시행과 동시에 홍콩 경찰 내에는 홍콩보안법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국가안전처’가 설립됐다.

홍콩보안법은 외국 세력과 결탁,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행위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설치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가안전처는 홍콩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를 조사·체포·심문하고, 관련 작전을 수행하는 등 6가지 직무가 주어졌으며,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8가지 권한이 주어진다.

그런데 이 권한을 견제할 만한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경찰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여 줬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홍콩보안법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행정장관의 승인 하에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피의자에 대해 도청과 감시, 미행 등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법원의 수색영장 발부 없이도 건물, 차량, 선박, 항공기, 전자제품 등을 수색할 수 있고, 피의자가 홍콩을 떠나지 못하도록 여권을 제출할 것을 명령할 수도 있다.

언론사나 인터넷 포털이 제공하는 기사나 정보가 홍콩보안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삭제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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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항의 시위대에 물대포 발사하는 홍콩 경찰
보안법 항의 시위대에 물대포 발사하는 홍콩 경찰 홍콩 경찰이 1일 주권 반환 23주년을 맞아 거리로 나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항의 시위대에 물대포를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하고 있다. 2020.7.1
로이터 연합뉴스
존 리 홍콩 보안장관은 “서방 국가 등 많은 나라가 국가안보 관련 사건과 관련해서는 집행기관의 도청 권한 등을 인정하고 있다”며 홍콩보안법을 옹호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홍콩보안법이 속지주의와 속인주의를 모두 채택해 마구잡이로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홍콩은 지역 밖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 ‘속지주의’를 채택해 왔다.

대만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망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촉발한 찬퉁카이도 속지주의에 따라 홍콩에서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절도 등으로만 처벌받았을 뿐, 대만에서 임신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한 혐의는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보안법은 홍콩인이나 홍콩 단체가 홍콩 밖에서도 저지른 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속인주의를 적용한 것이다.

해당 홍콩인은 홍콩으로 들어올 때 체포되며, 홍콩 정부가 외국에 범죄인 인도를 요구할 수도 있다.

심지어 영주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홍콩 거주인, 즉 외국인이 홍콩은 물론 홍콩 밖에서 저지르는 법 위반까지도 처벌할 수 있다.

SCMP는 “홍콩보안법의 적용 범위와 대상이 너무 광범위해 과연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며 “이러한 기이하고 으스스한 법률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을 해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전했다.

홍콩변호사협회 아니타 입 부회장은 ‘국가분열 행위를 조직·계획·실시·참여한 자는 무력사용이나 무력위협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분열죄에 해당한다’고 규정한 홍콩보안법 20조를 거론했다.

세계적으로 국가분열 관련 유죄 여부의 핵심은 ‘무력이나 무력위협’인 경우가 일반적인데, 홍콩보안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평화적인 방식의 시위도 홍콩보안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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