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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뒤 ‘나’로 살아보기… 그 나이듦을 사랑하기

60년 뒤 ‘나’로 살아보기… 그 나이듦을 사랑하기

이종원 기자
입력 2020-07-23 18:06
업데이트 2020-07-2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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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다큐] 노년의 불편을 이해하다… 용산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 노인생애 체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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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체험 참가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코스인 계단 내려가기. 특수 장구로 감싼 ‘노인의 몸’으로는 한 걸음씩 내려가는 것도 지지대를 잡지 않으면 쉽지가 않다.
노인체험 참가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코스인 계단 내려가기. 특수 장구로 감싼 ‘노인의 몸’으로는 한 걸음씩 내려가는 것도 지지대를 잡지 않으면 쉽지가 않다.
“너도 내 나이 돼 봐라.”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노인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젊은 사람들이 결코 알 수 없는 노년의 불편함이란 어느 정도일까.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안에 있는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 노인생애체험센터(이하 노인생애체험센터)는 노인 이전의 세대에게 노인을 직접 이해시키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체험을 통해 노인을 올바로 이해하고, 노인들을 위한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일깨우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하루 두 번.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마련돼 있다. 처음에는 요양보호사 희망자, 간호사, 복지 관련 전공자 등 노인 문제와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참가 신청을 했는데 요즘은 일반 기업체 신입사원이나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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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 부위에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억제대와 손발에 각각 모래주머니를 차면 매사에 몸동작이 자유롭지 못하다.
관절 부위에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억제대와 손발에 각각 모래주머니를 차면 매사에 몸동작이 자유롭지 못하다.
장맛비가 잠시 그쳐 바람줄기가 제법 시원하던 지난 15일 효창공원. 센터에는 방학을 맞아 노인들의 불편함을 몸으로 느껴 보려는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이 특수 장구를 착용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관절 부위에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억제대를 차고 손목과 발목에는 모래주머니를 차야 한다. 억지로 허리를 구부정하게 만드는 조끼를 입고, 특수 안경과 귀마개까지 착용하면 참가자들은 구부정하고 느릿느릿한 80대 노인으로 변신한다. 어느새 이곳저곳에서 ‘아이구’ 끙끙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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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무거운 노인들은 팔걸이가 있고 바퀴가 달린 의자가 편리하다.
팔다리가 무거운 노인들은 팔걸이가 있고 바퀴가 달린 의자가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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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가 있는 그릇이나 홈이 패어 있는 그릇이 노인들이 잡기에 편하다.
손잡이가 있는 그릇이나 홈이 패어 있는 그릇이 노인들이 잡기에 편하다.
교육준비를 마친 참가자들은 공공생활 공간, 개인생활 공간, 보행 공간을 차례대로 체험한다.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진 공간이지만 특수 장구를 착용한 체험자들에겐 신발을 벗고 의자에 앉는 것부터 병뚜껑을 여는 사소한 몸놀림까지 만만치가 않다. 참가자들은 공공생활체험 공간에서부터 소소한 불편함을 호소했다. 냉장고 앞에서 여러 가지 음료수를 들여다보던 체험자들은 “제품에 작게 적힌 유통기한 숫자가 잘 안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강태연(24)씨는 “홈이 없는 그릇을 열기가 너무 힘들다. 노인들에겐 손잡이가 있는 그릇이나 홈이 패어 있는 그릇이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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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쁜 노인들은 작은 글씨 탓에 음료수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조차 힘들다.
눈이 나쁜 노인들은 작은 글씨 탓에 음료수의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것조차 힘들다.
체험자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노인생애체험센터 장옥희 팀장은 “나이가 들수록 시야가 점점 좁아진다”며 “거기에 맞춰 개발된 고글을 착용하면 몸의 균형을 잡기 힘들 정도로 불편해진다”고 했다. 고글 착용으로 움직이기도 힘든 체험자들은 서로서로 손을 잡고 의지하면서 체험 코스를 이동했다. 참가자들의 몸에 몇십 년의 시간이 한꺼번에 보태졌으니 모두들 우왕좌왕이다.

노인체험 참가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과정은 계단 코스이다. 특수 장구로 노인으로 변신한 몸으로는 한 걸음씩 내려가는 것조차 지지대 없이는 쉽지 않다. 서은석(21)씨는 “계단 경계가 잘 안 보여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다”며 “둔해진 몸에 눈까지 침침하니 금방이라도 사고를 당할 것 같다”고 느낌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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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는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빈번한 곳이다. 걸음이 느린 노인들은 달려오는 차를 피하기는커녕 인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횡단보도는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빈번한 곳이다. 걸음이 느린 노인들은 달려오는 차를 피하기는커녕 인식하는 것도 쉽지 않다.
횡단보도는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빈번한 곳이다. 직장인 김동우씨가 체험복과 고글을 쓰고 길을 건너 봤다. 달려오는 차를 피하기는커녕 인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실제로 걸음이 느린 노인들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도중 신호가 바뀌어 중간에 갇히기 일쑤다. 시속 30㎞ 이하로 주행해야 하는 ‘노인보호구역’이 별도로 지정된 곳이 있지만 개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두 시간 정도의 짧은 체험이지만 참가자들에게는 ‘미래의 나’를 대면한 소중한 공간이었다. 백 마디 말이 필요없이 노인을 위한 배려와 이해가 얼마나 당연한 것인지. 생각에 잠긴 모두의 얼굴은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20-07-24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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