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정보공유 등 기초협력 빨리 이뤄져야”
5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이 집중호우에 임진강물을 방류하고 있다. 2020.8.5 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이 남북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하는 등 경색국면이 이어지면서 지난 3일 황강댐 수문 개방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5일 밤사이 경기 연천군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의 수위가 두 차례 상승했다면서 북측과 자연재해 관련 정보 교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추가로 황강댐 수문을 개방해 방류한 정황이 있는지를 묻자 “어젯밤에 두 차례에 걸쳐 (필승교의) 수위가 5m 이상 올라간 것으로 우리 측에서 파악한다”고 답해 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가 급상승한 5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에서 임진강변 나무와 산책로가 물에 잠겨 있다. 2020.8.5 연합뉴스
통일부는 전날 북한이 올해 7월부터 지난 3일까지 세 차례 황강댐 수문을 개방해 방류했다고 확인했다. 여 대변인은 “비록 정치·군사적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더라도 자연재해 분야는 비정치적인 분야이고 인도적 분야”라면서 “정보공유 등 기초적인 협력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6월 남북 간 통신 연락선을 단절한 상태에서 가능한 정보교환 방법을 묻는 말에는 “정보 공유를 하려고 한다면 기술적인 방법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접경지역 집중호우와 북한 황강댐 방류로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는 이날 역대 최고치를 넘었다. 필승교는 최전방 남방한계선 안쪽에 있어 북한 방류 상황이 맨 처음 관측되는 중요 지점이다. 이날 임진강 홍수를 조절하는 군남댐도 역대 최고 수위를 기록했다.
한강홍수통제소 실시간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필승교 수위는 10.20m를 기록했다. 기존 최고 수위는 2009년 8월 27일 10.55m다. 그러나 필승교는 2013년 6월 옮겨져 측정지점이 기존보다 2m 높아졌다. 2009년 기록과 최고치를 비교하려면 현재 수위에 2m를 더해야 해 사실상 최고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가 급상승한 5일 경기도 연천군 군남댐에서 물을 쏟아내고 있다. 2020.8.5 연합뉴스
임진강 유역에 내리던 비는 잦아들었지만 필승교 수위는 10분당 0.10m 안팎으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난 당국은 접경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데다 북한이 황강댐(북한명 예성강댐)을 방류해 수위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군남댐 수위도 이날 기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유입·방류량도 역대 최대치다. 군남댐 수위는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35.82m를 기록 중이다. 계획홍수위(40m)까지 5m가 채 남지 않았다.
초당 1만 591t이 유입돼 9035t을 방류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3시 20분 제한수위(상시만수위)인 31m를 넘은 뒤 10분에 0.1m씩 상승, 오후 3시 35.33m로 최고치를 찍었다.
●“군남댐, 수문 13개 모두 연 것은 이번이 처음”
기존 최고 수위는 2013년 7월 12일 35.25m다. 당시에도 북한지역 폭우로 초당 8700t이 군남댐으로 유입돼 8600t을 방류했다.
현재 한국수자원공사 군남댐 관리단은 수문 13개 중 중앙 7개를 6.3m 높이로, 양옆 6개를 2.5m 높이로 각각 열고 임진강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군남댐 수문은 평소 중앙 7개를 1.5m 높이로 열어놓고 있다.
군남댐 관계자는 “현재 임진강 유역에는 비가 잦아들고 있어 북한 접경지역 폭우 영향으로 유입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수문 13개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5일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서 소방대원들이 불어난 물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2020.8.5 연합뉴스
임진강 상류에 지난 1일부터 닷새간 400㎜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으며 이 기간 시간당 최고 72㎜의 폭우가 내리기도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