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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의 ‘백신 관광 장려‘, 반인륜적이다

[사설] 미국의 ‘백신 관광 장려‘, 반인륜적이다

입력 2021-05-12 20:36
업데이트 2021-05-13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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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한 3차 접종인 ‘부스터샷’으로 쓰고도 남을 15억회분 이상의 코로나19 백신을 연말까지 생산한다. 그럼에도 백신의 자국우선주의를 넘어선 전략무기화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다. 그런 미국 뉴욕주를 비롯해 7개 주가 남아도는 백신으로 관광객을 유치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며 경쟁적으로 나섰다. ‘백신이 소수의 특권이 돼선 안 된다’고 했던 세계보건기구(WHO)의 우려가 현실화했다.

뉴욕시는 지난주 주요 관광 명소에서 관광객이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두 차례 맞아야 하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이 아닌 한 차례만 접종하면 되는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 백신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알래스카주는 6월 1일부터 주요 공항에서 외국인 여행객에게 백신을 무료 접종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남부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 네바다주는 이미 중남미에서 몰려온 ‘백신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 승인 절차도 밟지 않은 채 쌓아 두고만 있다가 비판이 불거지면서 뒤늦게 일부를 인도 등 동맹국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다. 백신 특허를 완화해 더 많은 세계인에게 접종의 혜택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 미국은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 등에도 찬성했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반발하고 유럽연합(EU)이 “미국은 특허 완화 대신 백신 수출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시간을 끌고 있다.

‘백신 접종 관광’은 미국이 강조하는 ‘인권’과 거리가 멀다. 코로나19의 직격탄에 무슨 수라도 쓰더라도 활로를 찾으려는 관광·여행업계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부유층에게만 접종 기회가 주어지는 백신 관광에는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은 고령자의 경우 비접종보다 접종의 이익이 훨씬 크다. 이 때문에 미국 주정부에서 이를 이유로 백신 접종 관광을 장려하는 것은 비윤리적, 반인권적이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리더를 유지하려면 현재의 ‘미국 우선주의’ 백신 정책이나 백신 관광을 당장 멈춰야 할 것이다.

2021-05-1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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