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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김 방한으로 선명해진 美 대북접근법...고민 깊어진 北

성 김 방한으로 선명해진 美 대북접근법...고민 깊어진 北

김헌주 기자
김헌주, 신융아 기자
입력 2021-06-23 18:22
업데이트 2021-06-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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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과 분명한 대화 의지 강조
대화 위한 제재 면제 없다는 점도 명확
북한은 명분 없이 대화 나서기 어려워
8월 한미훈련, 군사행동 빌미 삼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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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떠나는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한국 떠나는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첫 방한 일정을 마친 뒤 23일 오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2021.6.23 연합뉴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첫 방한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은 더 선명해졌다. 북한과의 대화 의지는 분명하며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것이다. 단 협상테이블에 앉기 위해 제재를 면제해 줄 생각은 없다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대화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선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며 미측을 자극하고 있지만 속도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미 간 중재 보폭을 넓히려는 우리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마땅치 않아 한동안 서로에게 공을 넘기는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의 대화 요구를 일축한 김여정 담화와 관련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외교(적 접근)에 대한 우리 관점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핵프로그램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과 원칙 있는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계속돼 있다”고 강조했다. 대화 의지를 반복적으로 밝히면서 북이 호응할 때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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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2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화 촉구에 선을 그었다. 사진은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방문한 김여정.   2021.3.16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22일 담화를 통해 미국이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화 촉구에 선을 그었다. 사진은 2019년 3월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방문한 김여정. 2021.3.16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화에 방점을 찍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사이에 모처럼 훈풍이 부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반응했고, 뒤이어 성 김 대표는 “조건 없이 만나자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다고 판단한 북측은 미측 반응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거절 의사를 밝혔다. 다만 미측은 김여정 담화가 전과 달리 정제돼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 분위기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북한이 아예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그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면서 “심각한 도발을 하기 전까지는 ‘만나서 얘기하자’며 기다림의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측이 명분은 주지 않은 채 자꾸 대화에 나오라는 상황에서 북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은 전원회의에서 ‘국가 존엄’, ‘평화적 환경’, ‘국가 안전’을 언급하며 나름 유화적으로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했다”면서 “미국이 북측의 메시지를 정확하고 심도 있게 인지했다면 이 부분에 대해 만나 얘기할 용의가 있다고 답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일단 상황 관리에 주력하겠지만 8월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실시되면 군사행동의 빌미로 삼을 수 있다. 이러면 한미 워킹그룹 ‘간판’을 떼고 제재 안에서라도 남북 협력의 물꼬를 트려는 한국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워킹그룹을 더 가동하지 않기로 양국이 합의하면서 ‘conclude’(결론·마무리·최종판단)라는 용어를 썼는데 이를 두고 ‘종료냐, 재조정이냐’는 소모적 논란이 불거진 것도 부담이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한국이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더라도 임기 말 성과에 급급해 너무 앞서 나가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신융아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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