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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집보다 낫다?’…中 ‘돼지호텔’ 건설 붐

‘사람 사는 집보다 낫다?’…中 ‘돼지호텔’ 건설 붐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1-08-04 18:10
업데이트 2021-08-0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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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겪은 뒤로 빌딩형 농장에 관심
보안카메라 설치·로봇 관리시스템 탑재
개체 수 대폭 늘어 돈육 공급대란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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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중국의 유명 돈육업체 무위안식품이 허난성 네이샹에 짓고 있는 ‘돼지호텔’ 전경. 전통적인 축사와 달리 고층 건물 형태로 지어져 온도와 습도 등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전염병도 철저히 통제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중국의 유명 돈육업체 무위안식품이 허난성 네이샹에 짓고 있는 ‘돼지호텔’ 전경. 전통적인 축사와 달리 고층 건물 형태로 지어져 온도와 습도 등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전염병도 철저히 통제된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에서 ‘돼지가 사는 호텔’ 건설이 한창이다.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자 빌딩형 양돈장이 빠르게 퍼지고 있어서다. ‘돼지호텔’에서 쏟아내는 돈육이 넘쳐나자 이제 중국 정부는 ‘공급대란’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현지시간) “최근 중국 남부에 13층짜리 아파트형 돼지농장이 건설돼 1만 마리 이상 동시 사육이 가능해지는 등 돼지호텔 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다”며 “이곳에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공장처럼)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되고 보안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고 전했다. 돼지의 체온을 측정하고 공기질과 소독 시스템을 관리하는 로봇도 운영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분뇨와 오수는 모두 수거돼 친환경적으로 재활용된다.

돼지호텔은 최근 세계 농업계의 화두인 ‘수직농장’의 일종이다. 수직농장은 고층 빌딩 안에서 동식물을 키우는 것을 말한다. 건물 층수만 높이면 얼마든지 면적을 늘릴 수 있어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엄격한 통제로 각종 전염병도 차단할 수 있다.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아파트와 다를 것이 없고, 내부는 온도와 습도까지 자동 조절돼 ‘사람 사는 집보다 낫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중국에서 돼지호텔 사업이 본격화된 것은 2019년부터다. 당시 중국 전역에 ASF가 퍼져 사육 중이던 돼지(약 4억 4000만 마리) 가운데 50% 정도가 살처분됐다. 돈육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고 상인들의 매점매석도 극에 달했다. 영국 컨설팅업체 지라의 루퍼트 클랙턴은 “이때부터 중국이 생물학적 위기를 느끼고 미국, 유럽의 축산 모범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인에게 돼지고기는 한국인에게 김치와 같은 필수품이다. 대부분의 중국 요리에 기본 재료로 사용된다. 돼지고기의 가격 등락이 중국인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돈육 가격이 폭등하면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민심이 나빠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농업농촌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돈육 평균 가격은 ㎏당 15위안(약 2600원)으로 지난해 6월 33.37위안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돼지호텔 등 대규모 농장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예상치 못한 가격 폭락에 돼지 사육 마릿수 줄이기 등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이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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