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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쫓아다닌 ‘파트와’ 광기… 결국 ‘표현의 자유’를 찔렀다

33년 쫓아다닌 ‘파트와’ 광기… 결국 ‘표현의 자유’를 찔렀다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22-08-14 20:10
업데이트 2022-08-15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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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작가 루슈디 피습

2주 전 “내 삶 평범해져” 인터뷰
美 강연 중 흉기 찔려 실명 위기
레바논 이민자 2세, 살인미수 기소

이슬람 살해 위협에 10년간 은둔
수년간 현상금 39억원으로 늘어
바이든 “표현의 자유 지지”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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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악마의 시’로 30여년간 이슬람권의 암살 명령에 시달렸던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셔터쿼의 문학 강연회 도중 흉기 공격을 받고 무대에 쓰러져 있다. 왼편에는 관중들이 제압해 경찰에 넘긴 용의자 하디 마타르가 끌려 나오고 있다. 뉴욕 AP 연합뉴스
소설 ‘악마의 시’로 30여년간 이슬람권의 암살 명령에 시달렸던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셔터쿼의 문학 강연회 도중 흉기 공격을 받고 무대에 쓰러져 있다. 왼편에는 관중들이 제압해 경찰에 넘긴 용의자 하디 마타르가 끌려 나오고 있다.
뉴욕 AP 연합뉴스
소설 ‘악마의 시’를 이슬람 신성모독으로 규정한 파트와(Fatwa·이슬람교의 포고령)의 광기는 33년의 시간을 쫓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온 작가 살만 루슈디(75)를 저격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에서 문학 강연 도중 피습된 인도계 영국 작가 루슈디는 사건 직전 30여년간 자신을 위협했던 암살 명령인 파트와로부터 해방됐다고 믿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피습 2주 전 생의 마지막이 됐을지도 모를 독일 주간지 슈테른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종교지도자들은 1989년 파트와를 전 세계에 팩스로 보냈는데 만약 당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존재했다면 내 생명은 훨씬 더 위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내 삶은 평범해졌고, 파트와는 오래전 사건이 됐다”고 말했다. 당초 오는 18일 게재 예정이던 이 인터뷰 기사는 그가 피습을 당하면서 13일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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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살만 루슈디 AFP 연합뉴스
작가 살만 루슈디
AFP 연합뉴스
루슈디는 ‘악마의 시’와 관련해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불경하게 묘사했다는 이슬람권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책 출간 5개월 만인 1989년 2월 출판 관련자들과 함께 공개 처형 대상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루슈디가 영국 정부의 보호를 받으며 10년 넘게 은둔하는 동안 출판 관련자들에 대한 의문의 피습도 잇달았다. 1991년 7월 쓰쿠바대 교정에서 피살된 일본어판 번역가 아가라시 히토시는 발견 당시 목, 얼굴, 손 등 몸 곳곳이 흉기에 찔린 상태였다. 그의 피살 며칠 전 이탈리아어판 번역가도 밀라노 자택에서 흉기 공격을 당했고, 1993년 7월 현지 신문에 소설 발췌본을 게재한 튀르키예(터키) 작가는 투숙했던 호텔에서 방화 사건으로 숨질 뻔했다. 같은 해 10월 노르웨이어판 출판인은 총격을 받고 살해됐다.

루슈디에게 걸린 파트와 현상금은 최근 수년간 300만 달러(약 39억원)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암살 위협은 그가 2016년 미국 시민권자가 된 후 고개를 들었다. 1998년 모하마드 하타미 당시 이란 대통령이 “이란은 루슈디 암살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파트와를 공개 철회했지만 2017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루슈디의 대변인 앤드루 와일리는 흉기 피습 하루 만에 인공호흡기를 떼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루슈디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피습 당시 목과 복부 등을 찔려 팔 신경이 절단되고 간이 손상된 루슈디는 한쪽 눈을 실명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를 공격한 하디 마타르(24)는 2급 살인미수와 폭행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레바논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마타르는 시아파 극단주의와 이란 혁명수비대에 동조하는 성향을 드러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루슈디에 대한 사악한 공격으로 우리는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루슈디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해 미국적 가치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환 전문기자
2022-08-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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