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 3살 얼룩말 ‘세로’
‘엄빠 껌딱지’에서 ‘반항 얼룩말’로
사육사 집중케어에도 울타리 부수고 탈출

▲ 광진구 주택가에 나타난 얼룩말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주택가에 얼룩말이 나타났다. 광진소방서는 이날 오후 2시 43분께 얼룩말 한 마리가 주택가를 활보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전했다. 얼룩말은 인근 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2023.03.23 광진소방서 제공
동물원 탈출 사건의 주인공은 바로 얼룩말 ‘세로’.
24일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세로는 지난 2021년 태어난 3살 얼룩말로, 초식동물마을에 지내고 있었다.
세로는 ‘엄마아빠 껌딱지’라는 별명이 붙었을만큼 부모 얼룩말을 잘 따랐다고 한다. 그러나 노쇠한 부모 얼룩말이 죽고 나서 세로의 ‘반항시대’가 시작됐다. 팔짝 뛰는 행동을 자주 하거나, 캥거루랑 싸우기도 해 사육사들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이에 사육사들은 당근이나 장난감을 주면서 세로를 달랬다. 손성일 어린이대공원장은 “세로에게 사춘기가 온 뒤 대공원 측에서 집중케어했다”며 “부모를 여읜 상실감을 사육사들의 관심과 사랑을 채워갔다”고 전했다.
“세로, 건강회복…동물원 안전 강화”
그러던 중 세로는 지난 23일 나무 울타리를 앞발로 부수고 탈출, 광진구 일대를 활보했다. 이후 경찰과 소방 측에 “얼룩말이 거리를 다닌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동물원과 소방, 경찰은 세로를 안전하게 생포하기 위해 합동 작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세로를 돌보는 사육사를 포함해 어린이대공원 사육사들이 직접 세로를 잡기 위해 나섰다.
경찰과 소방은 차량을 통제하며 세로를 골목으로 유도하며 안전 펜스를 설치했다. 결국 동물원·소방·경찰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처로 인명피해 없이 세로는 탈출 2시간만에 생포됐다.
동물원으로 돌아간 세로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손 원장은 “내실에서 지내고 있으며 건강을 회복해 먹이도 잘 먹고 있다”며 “당분간 세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어린이대공원 측은 울타리 높이를 높이는 등 재발 방치 대책도 마련한다. 세로가 있던 초식동물마을은 관람객이 보다 근접해서 동물을 볼 수 있도록 1.3m의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손 원장은 “그동안 온순한 편인 초식동물 등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람객의 편의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 안전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코끼리부터 퓨마까지 …역대 동물원 탈출 사건은
한편 동물원 탈출 사건 중 가장 유명한 것은 2005년 4월 20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코끼리 탈출 사건이다. 6마리의 코끼리가 4시간여 동안 대낮 도심을 활보했으며, 일부는 일반 가정집과 식당 안까지 들어가 소란을 피웠다.
2010년 12월 6일엔 과천 서울대공원의 말레이곰 ‘꼬마’가 인근 청계산으로 달아났다. 꼬마를 격리장으로 옮겨놓고 방사장을 청소하는 사이 앞발로 문을 열고 탈출했다.
이후 2018년 9월 18일 대전 오월드의 퓨마 ‘뽀롱이’가 탈출했다. 뽀롱이는 인근 산에서 발견됐고, 결국 사살됐다.
장진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