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이재오 투톱 남북정상회담 추진?

임태희·이재오 투톱 남북정상회담 추진?

입력 2010-08-24 00:00
수정 2010-08-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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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후반 남북관계 어떻게 될까

이명박 대통령 임기 후반 눈여겨 볼 대목 중 하나는 남북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에 있는 지금 정상회담 운운하는 것은 나무 위에 올라 물고기를 얻으려 하는 일만큼 생뚱맞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을 외교안보의 테두리를 넘어 정치의 시야로 바라보면 전혀 무리한 상상만은 아니다.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단임제 대통령으로서 남북관계를 악화된 채로 남기고 물러나는 것에 부담을 느낄 법도 하다. 남북정상회담이란 카드는 크고 작은 갈등을 일거에 청산하고 개선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한나라 대북 쌀 지원 주장이 회담 단초?

이와 관련, 최근 개각과 청와대 인사를 통해 새로 진용을 갖춘 ‘임태희 대통령실장-이재오 특임장관’ 조합에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임 실장은 지난해 10월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비밀리에 만나 정상회담을 교섭했던 인물이다. 업무 영역이 자유로운 특임장관에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의원이 임명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추가 대북제재와 서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예정된 험악한 상황에서 23일 한나라당 쪽에서 대북 쌀 지원 재개 주장이 나온 것도 나중에 돌이켜 본다면 거대한 변화의 작은 단초일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은 점도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폐기할 수 없는 대목이다. 임기 말까지 지금의 남북관계가 변화할 가능성은 시간적으로 충분하다.

천안함 사건 발생 이전 남북정상회담이 성사 직전까지 갔던 기억도 정상회담의 불씨를 지피는 부분이다. 뒤집어 말하면, 천안함 사건에 따른 갈등만 해소된다면 정상회담 분위기는 천안함 사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문제는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오느냐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면 정상회담의 명분은 갖춰지지만, 그 반대라면 정상회담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이 이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구상에 동조할지도 관건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처럼 오락가락하지 않고 ‘핵추구=제재, 핵포기=지원’이라는 일관된 궤도를 유지하고 있다.

●美, 이란 핵과 연계 北과 대화 까다로워

특히 핵 개발을 하고 있는 이란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미국으로서는 근본적 변화를 보이지 않는 북한과의 대화에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한 우리가 통미봉남(通美封南)을 우려하는 상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이 한국 정부의 통북봉미(通北封美)를 경계하는 구도라고 볼 수도 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난 1월 말 이 대통령이 영국 BBC방송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것을 계기로 회담 가능성이 급격하게 고조됐을 때, 미국 측에서 북한의 비핵화 관련 진정성을 확인하는 것이 정상회담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우리 정부의 정상회담 추진 기류가 주춤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08-2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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