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지도부·예결위 물밑협상…”내일 수정대안 내겠다”예산부수법안, 세법협상이 관건…조특세법 합의 가능성
여야는 1일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원내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차원에서 막판 물밑 협상에 나섰다.예결위가 전날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한 상태서 활동이 종료되고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원안이 1일 0시를 기점으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 2일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야는 정부원안과 별개로 지금까지 심사내용을 토대로 본회의 개회 직전까지 협상을 벌여 그 결과를 반영한 수정대안을 마련한 뒤 이를 국회 본회의에 제출,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전체 예산 규모는 다소 유동적이지만, 정부안보다 1천억원가량 순감(純減)된 386조6천억원선이 될 전망이다.
막판까지 쟁점으로 남은 일부 사업을 제외하면 여야의 수정 대안은 대부분 확정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결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아침까지의 협상에서 대부분 마무리돼 (금액 기준) 5% 정도 남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쟁점이 없는 분야의 예산은 사실상 타결됐고, 금액으로 따져 20조원 정도의 재원 배분을 놓고 이견을 좁혀가는 형국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쟁점은 지난해에 이어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지원 예산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예산을 교육부에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보육 공약을 실현하려면 최소 지난해 수준(약 5천억원)은 국고로 지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관련법 개정으로 무상보육 예산부담을 각 지자체가 하도록 돼 있는데다가 지방교육청의 재정 여건이 나아졌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누리과정 국고지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2천억원 수준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야당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예결위 간사는 이날 오전 증액심사 소소위원회를 열고 비공식 추가 협의에 나섰으나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놓고 평행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지방 재정이 넘치는데 왜 굳이 또 (국고 지원을) 하느냐”며 “차라리 그 돈으로 학교의 재래식 화장실을 개선하고 찜통 교실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야당 간사인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은 “누리과정은 최소 예년 수준으로 해줘야 한다”며 “다른 엉뚱한 예산(재래식 화장실 개선 등)으로 갈음하려는 건 일체 받지 못한다”고 맞섰다.
정부가 제출한 총 6조원 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대립각이 첨예한 분야다. 국토교통부에서 기획재정부를 거쳐 증액된 약 2조원 가운데 5천600억원이 TK(대구·경북) 지역에 배분됐으며, 야당은 이를 ‘TK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국회 심사 과정에 SOC 예산 규모가 늘어나기 마련인데 이를 지역구마다 배분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간 힘겨루기가 막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결위 관계자는 “여야 각자 꼭 넣고 싶은 SOC 예산이 있고, 그걸 넣기 위해 상대편 (지역에 대한) 감액 주장을 풀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 새마을운동 국제화, 나라사랑 교육,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특수활동비 등 정치쟁점화한 예산도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들 쟁점은 여야의 주고받기 과정에서 대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산안과 묶여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15개 ‘예산 부수법안’은 세법 개정안이 핵심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전날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포함한 소득세법과 부가가치세법 등 정부 발의 9개 법안의 개정안을 합의 처리했지만, 법인세법, 상속·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날 추가 협상에 들어갔다.
조특법의 경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리는 쪽으로 의견이 접근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이 합의되면 여야의 수정 대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인세법은 세율 인상을 당론으로 굳힌 야당이 예산안 및 법안 협상의 ‘카드’로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수정 대안 마련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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