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지연에 유례없는 사례 속출…선관위도 ‘난감’ “선거구 아닌 옆동네 가서 명함 돌려도 되나”…불법 아니다 “선거구 무효화되면 후원금도 돌려줘야 하나”…법적 검토 필요
내년 4·13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이 15일 시작됐지만 선거구 획정이 지연되고 있어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에 ‘경고등’이 켜졌다.이번 예비후보자 등록은 현행 선거구를 토대로 이뤄지지만 대대적인 선거구 개편이 불가피해 상당수 지역에서 총선에 실제 적용될 선거구와 차이가 생길 가능성이 커서 어떻게 선거운동을 할지 난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올해 12월31일이 지나면 기존 선거구마저 무효화돼서 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 사태가 발생하게 되고, 현재 진행되는 정국 상황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예비후보자들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당장 예비후보들은 합구 가능성이 있어 선거구조정이 예상되는 경우 현행 선거구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합구 예상 지역에 가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는지, 자칫 불법 선거운동이 되지 않은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게다가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이 안돼 현행 선거구 무효화로 예비후보 등록이 취소되면 모금한 후원금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자칫 법규를 잘못 알고 선거운동을 했다가 불법선거운동으로 단속돼 내년 4·13 총선 본선에 나가지도 못하고 ‘선량의 꿈’이 좌절되는 게 아니냐며 불안과 걱정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 하나 선례가 없는 만큼 이들의 선거운동 활동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중앙선관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15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면 선거구내에 사무소를 설치하고 간판·현판·현수막을 내걸 수 있으며, 사무장을 포함 총 3명 이내의 선거사무원을 둘 수 있다. 후원회를 설치해 1억5천만원까지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도 있다.
또 재래시장, 길거리 등의 공공장소에서 자신을 홍보하는 내용을 적은 선거운동용 명함을 직접 배부하거나 어깨띠 또는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할 수 있다.
본인이 직접 전화통화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호소할 수 있고, 음성·화상·동영상을 포함하는 이메일 등을 전송 대행업체에 위탁해 보내는 방법의 선거운동도 가능하다.
단, 문자메시지의 경우 음성·화상·동영상은 보낼 수 없으며, 그 횟수 또한 후보자 때를 포함해 최대 5차례로 제한된다. 출마 지역구 전체 가구의 10%의 범위에서 홍보물 발송도 허용된다.
하지만 선거구 조정으로 분구 또는 합구 대상에 오른 지역구의 후보들을 위한 매뉴얼은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혼선은 극심하다.
우선 어느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서울 출마 예정인 한 예비후보는 “행여 합구가 되서 우리 선거구가 될 수도 있는 현재의 다른 지역 선거구 동네까지 가서 선거운동을 해도 되는지 혼란스럽다”며 “불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옆 지역구에까지 가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후보자들 간 마찰이나 충돌이 생길 수도 있고, 자칫 선거운동이 혼탁·과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현행법에서는 선거구 조정 예상 지역에 가서 선거운동을 해도 이를 제재하거나 처벌할 규정은 없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 등록된 지역구 외의 주민은 선거권자가 아닌 만큼 불법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는게 선관위의 유권해석이다.
하지만 이번에 총선 예비후보자로 등록했던 사람이 중도에 포기하고 오는 2018년 기초단체장이나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사전선거운동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재획정이 해를 넘겨 예비후보 등록이 무효 처리가 되면 그때까지 모금한 후원금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거리다.
일단 연내에만 선거구 획정이 이뤄져도 부칙을 통해 예비후보자들이 일정 유예기간 내에 새 지역구에 예비후보자 재등록을 할 수 있게 하면 후원금 또한 별다른 문제 없이 이관될 수 있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선거구에 따라 산출하는 선거비용제한액과 달리 후원금은 후보자 개인에 대한 모금액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해를 넘겨 예비후보자 등록이 일괄 ‘취소’되는 경우에는 “선례가 없는 만큼 후원금에 관한 부분도 좀 더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다고 선관위 관계자는 전했다.
일일이 후원자를 찾아 돌려줘야 한다면 엄청난 행정력 낭비가, 국고로 환수한다면 후보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