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사면 남발 비판에 47명 누락 ‘법무부 = 法無部’

기업인 사면 남발 비판에 47명 누락 ‘법무부 = 法無部’

입력 2010-08-24 00:00
수정 2010-08-24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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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공개의결 사면 대상자 전원 발표키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현행법에 따라 공개하기로 의결한 특별대상자 명단을 법무부가 관행적으로 넣거나 뺀 것으로 드러나면서 ‘법치주의’를 천명해 온 법무부가 오히려 법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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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한 법무부 장관(당시)이 과천정부청사에서 ‘2008년 8·15 특사’를 발표하고 있다. 법무부는 당시에도 사면심사위원회가 공개하도록 한 131명 가운데 재계 및 금융계 인사 47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김경한 법무부 장관(당시)이 과천정부청사에서 ‘2008년 8·15 특사’를 발표하고 있다. 법무부는 당시에도 사면심사위원회가 공개하도록 한 131명 가운데 재계 및 금융계 인사 47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법무부는 지난 13일 광복절 특사 발표 때 전직 판·검사와 변호사 등 29명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데 이어 2008년 8월12일 광복절 특사 발표 때는 반대로, 사면심사위가 공개 의결하지 않은 노동계 인사 2명의 신상정보를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위원회는 양병민 당시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과 김종석 전 조흥은행 노조부위원장을 개인정보를 보호할 일반 특사로 분류했지만, 법무부가 보도자료에 포함시킨 것이다. 당시 기업인 범죄에 사면장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물타기하려고 노동계 인사를 무리하게 끼워넣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동계 인사 특사의 취지를 법무부는 ‘상생과 협력의 노사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이는 사면심사위의 의결 없이는 특별사면자의 신상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현행법 규정에 어긋난다. 사면법 시행령 4조는 특사의 개인 신상은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사면심사위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필요가 있다고 의결할 경우 공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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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진영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법무부가 사면심사위의 결정을 묵살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사면심사위가 법무부에 엄중 항의해야 하고, 더 이상 자신들이 형식적인 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인사 2명을 포함시킨 대신 기업인 47명을 보도자료에서 제외했다. 이 덕분에 특별사면·복권된 기업인은 74명이었지만, 27명만 언론에 공개됐다.

‘2008년 8·15 특별사면 공개 의결 대상자 명단’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그룹에선 김대진 부회장, 이정대 재경본부장, 이주은 글로비스 대표이사가 정몽구 회장과 함께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보도되지 않았다. SK그룹에선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 민충식 전무 등 10명이 무더기로 이름을 올렸지만,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회장을 제외하곤 알려지지 않았다.

‘보복폭행’ 사건으로 기소됐던 김승연 한화 회장 이외에도 김철훈 전략기획팀장 등 사건관련자 3명이 형 실효특별 사면(전과말소)과 특별복권을 받았다. 최근 광복절 특사로 ‘보복폭행’ 수사를 은폐하려던 경찰관 3명까지 사면·복권을 받았으니 이 사건은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졌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개선책을 마련했다. 서울신문 보도 이후 ‘제 식구’를 감싸려고 법조인 특별복권을 숨겼다는 비판이 거셌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황희석 변호사는 “비리 법조인 사면이 정당했다면 법무부가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가재는 게 편’ ‘초록은 동색’이라는 걸 드러내고도 국민에게 법치주의를 강요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영진 법무부 대변인은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특사 명단을 공개해 왔다.”면서도 “일부 명단만 보도자료에 포함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 사면심사위가 공개 의결한 명단을 함께 첨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개 의결한 대상자 명단을 법무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면 공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법무부의 다른 관계자는 “대상자 명단에 주민등록번호 일부와 범죄내역 등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전면 공개는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10-08-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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