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해갈’ 기대했더니…“와도 너무 많이 왔다”

‘가뭄 해갈’ 기대했더니…“와도 너무 많이 왔다”

입력 2011-02-12 00:00
수정 2011-02-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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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겨울가뭄으로 극심한 식수난을 겪고 있는 강원 동해안 지역에 1m가 넘는 최악의 폭설이 내리면서 해갈에는 도움이 됐지만 사상 초유의 도시 마비와 고립,제설비용 투입 등으로 빛이 바랬다.

 12일 강원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내린 눈은 삼척 110㎝,동해 100.1cm,강릉 82cm,대관령 55cm,속초 42.8cm 등을 기록했다.

 이같은 적설량은 올해 들어 40일 넘게 눈.비가 내리지 않아 목말랐던 동해안 각 시군을 촉촉이 적시기에는 충분하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초 이번 눈은 40년 만에 강수량이 가장 적어 극심한 가뭄이 계속된 영동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보되면서 해갈에 어느 정도의 도움을 줄지 관심을 모았다.

 기상청은 지난 9일 이번 눈을 처음 예보할 당시 적설량이 5~15㎝에 그쳐 가뭄 걱정을 덜어 내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후 10일 오전 예보에는 ‘12일까지 10~20㎝,많은 곳은 30㎝’,11일 새벽 예보에는 ‘20~30㎝,많은 곳은 50㎝ 이상’에 이어 같은날 오전 예보에는 ‘20~40㎝,많은 곳 60㎝로 예상 적설량이 계속 늘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시 기압 패턴이 불규칙해 강설량 변화 폭이 매우 컸다”며 “극심한 가뭄으로 해갈에 대한 기대가 한껏 고무된 상황에서 처음부터 많은 적설량을 예보할 수 없었고,예상 강설량의 정확성을 높이려다 보니 당초 예보보다 강설량이 늘어났다”라고 해명했다.

 아뭏든 이번 눈은 오랜 겨울가뭄으로 거의 바닥을 드러냈던 도내 주요 댐과 저수지를 덮어 해갈에 큰 도움을 줬고,산불 우려도 한시름 덜었다.

 문제는 지난 11일 하루 동안 너무 많은 양의 눈이 내리면서 가뭄 해갈에 대한 기대감은 하루 만에 폭설 피해에 대한 걱정으로 돌변했다는 것.

 특히 강릉에는 하루 동안 77.7㎝의 눈이 내려 1911년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강설량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강릉지역은 뒷길과 골목길,단독주택뿐 아니라 아파트도 허리춤까지 쌓이는 100년 만의 폭설로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결국 2005년 3월5일 동해안 지역에 1m가 넘는 폭설로 42억6천400여만원의 피해 및 복구 비용이 소요된 것에 감안하면 가뭄 해갈을 기대했다가 오히려 폭설로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 셈이다.

 강릉시청 한 관계자는 “가뭄이 극심했던 속초와 동해지역의 경우 당초 30㎝ 이상의 눈이 내린다면 한동안 가뭄 걱정을 덜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와도 너무 많이 와서 눈 피해와 복구 비용를 감안하면 오히려 안 온 것만도 못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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