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된 독립가옥 주민 “언제 나갈지 몰라”

고립된 독립가옥 주민 “언제 나갈지 몰라”

입력 2011-02-12 00:00
수정 2011-02-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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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반이나 열심히 삽질을 했는데 아직 절반도 못했어”

 강원 강릉시 강동면 상시동2리 4반에 사는 이석범(78)씨는 12일 오후 집에서 눈이 치워진 마을 안길까지 겨우 통행할 수 있는 ‘토끼길’을 내면서 계속된 작업에도 끝내려면 아직 멀기만 한 제설작업에 힘겨워하며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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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 폭설이 쏟아지면서 12일 시내버스 운행이 대부분 마비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제설이 안돼 발길이 끊기 강릉의 한 독립가옥에서 주민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안에 폭설이 쏟아지면서 12일 시내버스 운행이 대부분 마비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제설이 안돼 발길이 끊기 강릉의 한 독립가옥에서 주민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연합뉴스


 열심히 삽질을 하지만 가슴팍까지 쌓인 눈을 치우는 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해안에는 지난 1911년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후 100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리면서 주요 도로의 교통이 마비되고 산간마을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극심한 불편을 겪고 있다.

 이번 폭설은 과거와 달리 대관령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아래 마을보다는 시내 중심지(평지)에 집중돼 고립이 산간마을뿐 아니라 시 중심지와 약간 벗어난 곳의 독립가옥이면 대부분 고립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또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대부분은 이씨처럼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라 통행만 할 수 있는 토끼길을 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씨 집에서 눈이 치워진 마을 안길까지는 대략 200m가량 되지만 점심을 먹고 시작한 길내기 작업이 3시간 반이 넘는 삽질에도 겨우 70m가량만 진척이 되자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내와 단둘이 이곳에 사는 이씨는 “팔십 평생에 이런 눈은 처음”이라며 “방송에는 눈이 80㎝가 왔다고 하는데 가슴팍까지 눈이 쌓인 걸로 봐서는 1m는 족히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혹시 어떨지 몰라 힘들지만,제설작업을 계속 해야 한다”는 이씨는 “기온이 내려가 눈이 얼면 눈 치우기도 어려워 작업을 계속하긴 해야 하는데 언제 나갈지는 나도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집 건너편에서 역시 토끼길을 내기 위해 열심히 삽질을 하던 주민 김동기(54)씨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서로를 위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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