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행정관이 ‘다 죽자는 거냐’며 만류했다”

“靑행정관이 ‘다 죽자는 거냐’며 만류했다”

입력 2012-03-12 00:00
수정 2012-03-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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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수 前주무관, 윗선 개입 정황 추가폭로”민정수석실 자유롭겠느냐” 등 대화내용 녹취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 청와대의 증거인멸 지시 의혹을 제기한 장진수(39) 전 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재판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다 죽자는 얘기냐’라며 법정진술을 만류했다고 추가로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1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심 재판 중이던 2010년 10월18일 당시 최종석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법정에서 사실 관계를 다 밝히겠다’고 했더니 ‘나 혼자만의 문제로 끝날 게 아니다. 그러니 좀 더 지켜내라’고 나를 회유하더라”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최 전 행정관과의 당시 대화를 녹취해 녹음파일을 한 인터넷매체에 제공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의 대화내용은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윗선’이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고 있어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 전 주무관은 “그때는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 법정에서 자기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었고, 내가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을 다 한 것으로 돼 있었다”며 “단순히 ‘최 전 행정관이 시켜서 했다’라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법정에서 얘기하고 정상참작을 받으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최 전 행정관이 검찰의 총리실 압수수색이 있기 이틀 전인 2010년 7월7일 오전 ‘민간인 사찰을 맡았던 점검1팀과 진경락 과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없애라. 망치로 깨부숴도 좋고 한강물에 갖다 버리는 것도 좋다. 검찰에서 문제 삼지 않기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돼 있다’고 지시했다고 최근 폭로한 바 있다.

법정 폭로 의사를 밝히자 최 전 행정관은 “그러면 안 된다. 그건 다 죽자는 얘기다”라고 말했다고 장 전 주무관은 기억했다.

장 전 주무관은 “최 전 행정관이 ‘그렇게 되면 민정수석실이나 총리실이 자유롭겠느냐, 국감에서 증언했던 권태신 (국무총리실) 실장은 위증이 되는 것 아니냐. 그동안 이걸 지키려고 검찰도 절절 겁을 내면서 이렇게 한 것 아니냐’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시 최 전 행정관은 자신이 보호해야 할 사람으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 전 과장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그는 “최 전 행정관이 이어 ‘이영호 비서관을 원망하는 마음이 있다. 그렇지만 더 이상 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 전 주무관이 법정 진술의사를 굽히지 않자 최 전 행정관은 취업자리 등 ‘당근’을 제시하며 적극적인 회유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최 전 행정관이 ‘내가 나가서 공인노무사를 해서 평생 먹여 살릴 수도 있고, 캐시(현금)를 원하면 그것도 방법을 알아봐 주겠다. 직장을 원하면 현대자동차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이미 어느 정도 진척시켜 놓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최 전 행정관은 또 그 자리에서 자신이 아는 법무법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장 전 주무관이 법정에서 ‘사실’을 말할 경우 검찰의 구형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문의했다고 장 전 주무관은 기억했다.

장 전 주무관은 “나는 협상하러 나간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회유를 당한 게 됐지만 당시에는 법정에서 사실대로 말을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장 전 주무관은 이 사건으로 1,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장 전 주무관은 그날 이후에도 최 전 행정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비슷한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장 전 주무관은 “최 전 행정관으로부터 대포폰을 받아 증거를 인멸하던 당일 4시간가량 갖고 있다가 바로 반납했는데 이 전화기가 한 달 뒤쯤 진 과장이 병원에서 검찰에 압수당한 휴대전화 4대 가운데 1대였다”며 “그 전화기를 진 과장이 어떻게 갖게 됐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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