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보상 책임을 명확히 한 의미도 있다” 해석도
헌법재판소가 한일청구권 협정에 제기된 헌법소원을 각하한 데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들은 아쉽고 착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일부에서는 이번 결정이 일본의 보상 책임을 명확히 했다고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이윤재씨와 함께 소송을 진행해온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의 이국언 상임대표는 23일 헌재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결과를 보면 피해자 유족 입장에서는 착잡하고 아쉽다”며 “70년 기다려온 유족으로서는 한두 마디 형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장을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번 소송이 일본의 보상 책임을 명확히 한 의미도 있다고 언급했다.
원고 측을 대리한 최봉태 변호사는 “헌재가 보상의 책임 주체를 (일본으로) 명확히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면서도 “한국 정부가 유족에게 주는 ‘미수금 지원금’이 보상금이 아니라 시혜적인 금원이라는 헌재의 판단으로 미뤄보면 보상 책임은 일본 정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정부의 미수금 지원금이 시혜적 금원이라고 판단한 것은 한국 정부에 보상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뜻이고, 이는 일본에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이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일본이 한일협정 당시 보상금과 관련한 문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 이씨도 “오늘 결정을 보면 일본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냐”면서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다는 말까지 했으면 일본 정부가 빨리 우리 아버지가 종일 강제노역해서 번 임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청구인·일제피해자 헌재 선고 참관인 일동’ 명의의 기자회견문에서 일본 정부에 일제 피해자들의 공탁금을 현재 가치로 즉각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한국 정부에도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다시 한번 확인된 만큼 하루빨리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즉각 외교권을 발동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도 이번 헌재 결정에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원정부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장은 “헌재가 해서는 안 될 결정을 내렸다는 생각이 든다”며 “위헌이 될 줄 알았는데 각하가 돼 많이 서운하고 이제 (보상금을) 받을 일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회장은 “국가간 협정도 법인데 헌재가 이에 대해 위헌 판단을 하지 않는다면 유족들은 어디에 기대야 하나”라고 되물으며 “일본만이 아니라 우리 정부도 희생자들이 다 죽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법적인 의미를 놓고 볼 때는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진 소장은 “정부의 중요한 외교적 결정에 사법부가 개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므로 잘한 결정”이라며 “한일 양국 관계에 있어서도 잘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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