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목격하고도 도주한 택시기사는 징역형 집행유예
123RF 제공
인천지법 형사1단독 박희근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고 연합뉴스가 27일 보도했다. 재판부는 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B(69)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6일 오후 4시 45분쯤 인천 서구의 한 도로에서 차를 몰다가 택시를 타려고 도로 끝에 서 있던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3차로에서 운전하던 A씨는 1차로에서 자신을 향해 급격히 차선을 변경하는 B씨의 택시를 발견했다. A씨는 택시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꺾었다가 행인을 친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택시를 잡으려고 도로 끝에 서 있던 고인을 발견한 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 변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가 사고를 낸 상황을 목격하고도 그대로 도주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현재의 위기를 피하기 위한 행위에 대해서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한다’는 현행 형법 조항(제22조 긴급피난)을 근거로 “당시 사고 상황은 업무상 과실이 없는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교통사고를 분석한 도로교통공단 안전조사부도 두 차량의 속도, 차량 간 거리, 차량과 피해자의 거리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가 택시를 발견한 뒤 운전대를 꺾지 않고 그대로 급제동을 하거나 운전대 각도를 다르게 했다면 행인을 피할 여지가 있었다”면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이상 긴급피난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택시기사의 급차선 변경으로 인한 충돌을 피하려다가 사고를 낸 점 등 사고 경위와 관련해 참작할 사정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B씨에 대해 “급차선 변경 과정에서 사고를 유발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해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은 고려했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