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누가 남아있을라”… 잔불 잡다 다시 치솟은 불길에 속수무책

“혹시 누가 남아있을라”… 잔불 잡다 다시 치솟은 불길에 속수무책

신동원 기자
입력 2022-01-07 01:36
수정 2022-01-07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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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 참사와 ‘판박이’

소방관 2층 투입… 1층에서 재발화
발화지점 어딘지 모를 정도 타버려

3명 추락사고에 한달 간 공사 중단
“공기 맞추려 무리한 공사 강행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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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1.6.17.
17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1.6.17.
“혹시 누군가 건물 안에 남아 있을 수 있으니까… 수색하러 불이 덜 꺼진 2층으로… 갑자기 아래층에서 다시 불길이….”

고공 살수차로 남은 불씨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소방관들은 고립됐던 동료 대원들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6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순직한 소방대원들은 이날 오전 9시 8분쯤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2층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 화재 현장에서 30∼50분을 버틸 수 있는 용량의 산소통을 메고 투입된 지 20여분 뒤인 오전 9시 30분쯤까지 교신이 이뤄졌다.

참변은 이들이 투입된 지점의 바로 아래층에서 불길이 다시 일면서 발생했다. 급격히 불길이 커지고 구조물 일부도 붕괴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5명이 현장에 고립됐다. 2명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3명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

현장에 출동한 한 소방대원은 “위험요소가 많은데도 혹여나 있을 인명을 수색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을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창고 외벽은 연기로 검게 그을려 본래 색을 잃었고, 화학물질이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100여m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퍼졌다. 불길은 화재 발생 19시간 만인 이날 오후 7시 19분쯤에야 완전히 잡혔다. 펌프차 등 장비 60여대와 소방관 등 190여명이 투입됐다.

경찰 과학수사대 관계자는 “전날 처음 불이 번진 1층을 들어가 본 결과 발화 지점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다 타 버렸다”면서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 냉동창고는 건축주인 A투자유한회사가 2년 전인 2020년 1월 20일 평택시로부터 물류창고 건축허가를 받은 후 한 달여 만인 2월 21일 착공계를 내고 공사를 시작했다. 준공은 다음달 20일로 예정돼 있었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는 1년여 전인 2020년 12월 20일 자동차 진입 램프의 5층 천장 콘크리트 상판 붕괴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 달가량 공사 중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당초 계획보다 한 달가량 기간 손실을 본 상태였으나 건축주나 시공사는 시에 준공 예정일 변경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정장선 평택시장은 현장에서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을 만나 “현장 관계자들이 밤에 작업하다가 불이 났다면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

한편 소방관들이 목숨을 잃은 경위는 지난해 6월 17일 새벽에 발생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비슷하다. 당시 소방 당국은 신고 접수 20여분 만에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 오전 들어 불길이 누그러지자 잔불 정리작업을 하면서 경보령을 순차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다시 내부에서 불길이 치솟았고 소방관들에게 긴급 탈출 지시가 내려졌다. 하지만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52) 대장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은 이틀 후 불길이 완전히 잡힌 뒤에야 숨진 채 발견됐다.
2022-01-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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