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총론 찬성한 윤석열… 檢 내부선 “두고 봐야” 의견 지배적

‘수사권 조정’ 총론 찬성한 윤석열… 檢 내부선 “두고 봐야” 의견 지배적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19-07-10 01:12
수정 2019-07-10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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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땐 의견 수렴 과정 거칠 것 기대…“文총장 입장과 다를 바 없다” 지적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후보자가 검찰이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수사지휘권 폐지나 사후통제 방안 등 각론에서는 구체적인 보완책을 요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윤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저항할 생각은 없고,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수사지휘권 폐지는 “상호 협력 관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경찰의 수사종결권도 “검찰 보완수사 요구만 잘 수행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 총장이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나 경찰에 수사종결권 부여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문 총장은 지난 5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도 “프랑스 대혁명 이후 수사를 개시한 사람과 끝내는 사람을 구분해 놓은 게 민주주의”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수사권 조정법안을 비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후보자의 행보를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취임 후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독소조항으로 꼽는 보완수사 요구권 등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윤 후보자는 ‘수사권 조정에 유보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후배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청문회 지적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걸 쏟아내는 것보다 참모진이나 검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수렴해서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수사권 조정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추후 구체적으로 입장을 만들어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라며 “지금 와서 수사권 조정에 찬성한다고 하면 수많은 검사가 등을 돌릴 텐데 조직 장악 측면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자의 발언이 기존의 문 총장과 다를 것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미 검사들 의견 수렴을 거쳐 문 총장이 내놓은 의견인데 총장이 바뀐다고 180도 뒤집으면 이상한 조직 아니냐”며 “경찰과 상호 협력을 강조하거나, 직접 수사를 줄인다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찬성한다는 발언은 문 총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도 “(윤 후보자가) 검사의 사법 통제는 필요하고, 소추권자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 것은 결국 검찰이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19-07-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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