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힘들 때 격려 보내달라”

이영표 “힘들 때 격려 보내달라”

입력 2011-01-29 00:00
수정 2011-01-29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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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우리 대표팀이 힘들고 위기에 놓였을 때 비판, 비난보다는 격려와 사랑을 주십시오”

’초롱이’ 이영표(34.알힐랄)가 1999년부터 달아온 태극마크를 29일(한국시간)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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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의 행복한 은퇴  국가대표 은퇴의사를 밝힌 초롱이 이영표가 29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3.4위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3위 트로피를 들고 관중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도하<카타르>=연합뉴스
‘초롱이’의 행복한 은퇴
국가대표 은퇴의사를 밝힌 초롱이 이영표가 29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사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3.4위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3위 트로피를 들고 관중을 향해 밝은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 들고 있다.
도하<카타르>=연합뉴스


카타르 도하의 알사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제15회 아시안컵 축구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나기로 한 이영표는 “대표팀이 힘들 때 지치고 힘들었던 선수들에게 힘이 됐던 것은 말없이 손을 내밀어 준 한두 명의 팬이었다”며 “후배들에게도 계속 그런 응원과 격려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영표는 “앞으로 소속팀에 더 전념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영표와 일문일답.

--대표팀 은퇴 소감은.

▲긴 시간 동안 대표팀에서 뛰면서 응원해주신 팬들께 고맙다. 처음 대표팀 됐을 때 힘을 주셨던 선배님들과 나중에 만났던 후배들, 감독, 코치 등 스태프 여러분, 협회와 마지막으로 항상 제가 축구를 하는 데 부족함이 없게 축구화를 마음껏 준 후원사(나이키)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표 생활을 하면서 1999년부터 13년 동안 한국 대표팀이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도 많았지만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그럴 때 지치고 힘들었던 선수들에게 힘이 됐던 것은 말없이 손을 내밀어 준 한두 명의 팬이다.

비판, 비난, 충고들 속에서 그런 한두 명의 팬이 기억에 남고 그때 선수들이 ‘다시 해보자’ 생각을 했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힘을 줬던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대표팀 힘들 때마다 비난과 비판을 했던 분들 역시 그런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축구가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감사의 말을 하고 싶다.

저는 대표팀을 떠나지만 팬들에게 우리 후배들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때 더 응원해달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앞으로 힘들고 위기의 순간에 비판, 비난보다 격려와 사랑으로 후배들에 대해준다면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위기를 잘 벗어나 한국 축구가 월드컵과 아시안컵 등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지난해 월드컵이 끝나고 은퇴할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지금보다 그때 더 많은 것을 느꼈다. ‘이것이 파주에서 마지막이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매 순간이 소중했는데 끝나고 나서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아시안컵까지 하게 됐다.

이번에는 담담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마지막 경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그때는 후배들이 (내가 대표팀 은퇴한다는 사실을) 몰랐었는데 지금은 아니까 제 앞에서만 그러는지 모르지만 아쉬워하고 그랬다.

--소속팀과 계약은 어떻게 되나.

▲계약 기간이 이번 여름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소속팀과 계약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대표팀 은퇴하고 나서 소속팀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겠다.

--홍명보의 A매치 최다 출전을 넘어설 수 있었는데. 또 아시안컵 최다 출전 기록에 대한 소감은.

▲개인적으로 기록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홍)명보형 기록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한 선수 개인 목적을 위해 대표팀에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기록을 크게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16경기라는 기록보다 2000년부터 오늘까지 뛰었던 아시안컵에서 얻은 기억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가장 소중했던 기억은.

▲모든 것이 다 소중했기 때문에 어떤 한 장면을 고르기는 상당히 어렵다. 굳이 고른다면 한국 축구의 전환점이 됐던 2002년 월드컵 대표팀이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그 당사자인 선수들조차 놀랐던 결과였고 한국 축구의 큰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대회였다. 아시아에 자부심을 줬고 개인적으로도 그 대회를 통해 더 발전할 수 있고 더 큰 무대에서 경기하는 계기가 됐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번 대회 끝나기 전까지는 은퇴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했다. 혹시 그런 것들이 경기에 집중하는데 방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며칠 전부터 알게 됐고 그때부터 선수들이 밥 먹을 때나 볼 때마다 특히 차두리가 ‘앞으로 못 보는 레전드(전설적인 선수)니까 의자도 놔주고 인사도 잘하고 그래라’고 그러더라. 또 오늘 경기에 앞서 라커룸에서 후배들이 ‘은퇴하는 선배를 위해 최선을 다하자’는 말도 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국가대표로 마지막을 기량이나 성품 모두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 기쁘고 후배들에게 고맙다.

--은퇴 결심하게 된 계기는.

▲확실한 것은 후배들을 위해 길을 터주려고 은퇴하는 것은 아니다. 후배들이 저보다 더 잘하기 때문에 물러나는 것이다. 12년 넘게 국가대표를 했는데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려고 물러난다고 하면 비양심적인 일이다. 시간상으로 때가 되기도 했고 후배 선수들이 잘하기 때문에 우리 한국 축구가 계속 좋은 축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나가는 것이다.

--후배 선수들에게 당부할 말과 앞으로 계획은.

▲지금까지 선배들이 한국 축구가 세계와 가까워질 토대를 마련해줬다. 2000년 세대에는 제가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다음 세대들이 또 2010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축구를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새로운 세대들이 10년 동안 한국 축구가 더 높은 수준으로 갈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또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한국 축구가 세계와 가까워질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까지 긴 시간 운동만 했기 때문에 그동안 하지 못했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마음껏 하는 시간을 갖겠다.

--박지성 은퇴가 좀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느냐. 박지성으로부터 배운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박)지성이가 더 대표 선수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를 수도 있는 개인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대표팀에 있어달라고 얘기할 수 없다. 개인 생각을 존중해줘야 한다.

어릴 때부터 같이 축구를 했기 때문에 지성이가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는 열정적인 모습들이 오늘의 지성이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표팀에 있는 모든 선수가 지성이의 그런 헌신적인 모습 보면서 좋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선수가 떠나는 것이 아쉽다. 그렇지만 앞으로 대표팀에 남는 선수들이 지성이의 열정적인 모습을 기억하기 때문에 지성이가 떠나더라도 그런 모습들이 경기장에서 계속 나올 것이다.

도하<카타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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