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30곳 감사 바뀌는 5~6월 주총이 금감원 쇄신 ‘시험대’

금융사 30곳 감사 바뀌는 5~6월 주총이 금감원 쇄신 ‘시험대’

입력 2011-05-06 00:00
수정 2011-05-06 00:3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14
개원 이후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감사 추천 관행 폐지 등 특권적 지위를 전면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위기를 일단 넘겨 보려는 시늉만으로는 안 된다.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뼈를 깎는 자기희생을 주문한 점을 새겨야 한다. 금감원이 ‘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라고 불리는 힘의 근원은 감사 자리에서 나온다.

이미지 확대
국회 정무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2월까지 금감원 퇴직 임직원 243명 가운데 78명이 금융기관의 감사나 사외이사로 재취업했다. 증권 19명, 보험 16명, 저축은행 14명, 시중은행 10명, 캐피털·카드 6명, 자산운용·선물·신탁 6명, 신용평가 3명, 기타 4명이었다. 국세청 위에 공정위, 공정위 위에 금피아가 있다는 말도 감사 자리에서 나온다.

금감원의 변화 다짐이 제대로 이행될지는 조만간 본격화되는 증권·보험사의 주주총회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보험사들이 5~6월 주총 시즌을 맞는다. 상근감사 자리 30개 정도가 교체될 예정이다. 42개 증권사 가운데 현대증권, 한화증권, 한국투자증권, 동부증권, 대신증권 등 24개 증권사의 상근감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보험업계에서는 8곳의 상근감사 임기가 만료된다. 손해보험사 12곳 가운데 올해 6월로 감사 임기가 끝나는 곳은 현대하이카, 서울보증보험 등 3곳이다. 생명보험사 14곳 가운데에서는 흥국생명, 신한생명 등 5곳의 감사 임기가 끝난다. 자산운용사나 6월 결산하는 저축은행까지 보태면 물갈이 폭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에서는 감독기관인 금감원과의 관계를 우선하여 금감원에 감사 추천을 요청하고, 금감원은 퇴직 예정 직원들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감사가 선임되다 보니 감사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대검 중수부의 지적은 금감원 출신 감사의 폐해를 보여 준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회사가 감사 추천을 요청해도 거부하는 한편 감사로 나가 있는 금감원 출신들이 재선임되는 일도 막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감사 추천을 없애더라도 퇴직 직원이 금융회사 감사로 가는 일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감사 자리는 금융회사에 감독기관인 금감원과의 로비 창구를 뜻하는 것이고, 금융회사는 금감원 출신을 영입하려는 유혹을 떨칠 수 없다. 따라서 퇴직 금감원 직원들이 감사로 가는 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권혁세 금감원장이 로비시도에 대해 특별검사로 맞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다.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전 3년 이내에 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는 퇴직 뒤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부 금감원 임직원들은 ‘경력 세탁’으로 법 규정을 피해 갔다. 금감원 임직원들이 퇴직 전 근무를 선호하는 부서는 인력개발실, 소비자보호센터, 총무국 등 세 곳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금감원을 떠나기 몇 년 전에 다음에 갈 자리를 위해 보직에 대한 관리를 하는 관습이 있다는 전직 금감원 출신의 고백을 받았다.”며 격노한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차제에 감사제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출신이 금융회사 감사 자리에서 배제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감사원 출신 등이 자리를 메우더라도 감사 시스템 자체를 손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감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장은 “금감원 출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갈 텐데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대주주와 경영진 등 감사 임명권을 가진 사람들과의 이권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2011-05-06 5면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남북 2국가론’ 당신의 생각은?
임종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최근 ‘남북통일을 유보하고 2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내용의 ‘남북 2국가론’을 제안해 정치권과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논의할 필요가 있다
잘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