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금리인하‥‘거마대출’ 사라질까

대학생 금리인하‥‘거마대출’ 사라질까

입력 2011-10-23 00:00
수정 2011-10-2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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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 이어 저축銀, 대학생대출 줄이고 금리 낮춰

대학생 대출을 고금리의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은행권 저금리 상품으로 옮기는 작업이 금융감독원 주도로 시작됐다.

대학생에 대한 대부업체 대출이 제한된 데 이어 이번엔 저축은행의 대출 한도가 대폭 줄어들고 금리가 낮춰진다.

이와 동시에 돈이 필요한 경우 은행권에서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대학생 전용 대출상품 개발도 시작했다.

연 30%대의 고금리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대학생 중에는 사회적으로 문제시됐던 ‘거마 대학생’ 같은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 금리를 낮추면서 은행권에서 저금리 전용 상품을 개발키로 한 것은 최근 금융권에 쏟아지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대학생 고금리 대출 “이 정도일 줄이야‥”

위험수위에 이른 대학생 대출은 지난 8월 대부업체 40곳을 대상으로 한 금감원의 1차 실태조사에서 일부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대학생 4만8천명이 대부업체에서 연 30∼40%대의 고금리로 빌린 돈은 79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18억원(14.9%)이 연체로 잡혔다.

이번에 대학생 대출을 취급한 28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2차 실태조사에서 상황의 심각성은 더한 것으로 드러났다.

저축은행에서 연 30%대 고금리로 돈을 빌린 대학생은 대부업체의 곱절을 넘는 10만8천명. 저축은행 대출 대학생은 2009년말보다 3만9천명(5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출잔액은 2천212억원에서 3천742억원으로 1천530억원(69.2%) 늘었다.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잔액은 대부업체의 4.7배에 달한다.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은 채 높은 금리로 마구 빌려주다보니 연체율도 7.2%에서 10.0%로 상승했다.

대학생 대출을 많이 취급한 A저축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쉽고 간편한 소액대출 위주로 영업하다보니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학생 대출 가운데 제때 갚지 못한 연체금은 3천860억원에 이른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학생이 스스로 연체금을 갚는 건 어렵기 마련”이라며 “결국 기본이자에 연체이자까지 더해져 ‘빚의 구렁텅이’로 빠지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처 확인 안돼‥‘거마 대학생’도 상당할 듯

대학생들은 저축은행에서 1인당 평균 350만원씩 빌렸다. 이 돈을 실제로 어디에 썼는지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실태조사를 한 금감원 관계자는 지적했다.

몇몇 저축은행이 등록금이나 학원비에 쓴다는 각서를 받고 빌려주긴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게다가 다른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에도 빚을 진 다중채무자도 있을 수 있어 순수한 학자금 대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

그래서 대학생 대출 가운데 상당수는 서류상으로만 ‘학자금’이라고 돼있을 뿐, 유흥비나 사치품 구입비 등 엉뚱한 곳에 쓰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거마 대학생(강제 합숙하면서 불법 다단계로 빚을 진 대학생)처럼 ‘말 못할 사정’으로 돈을 빌리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B저축은행 신용대출 담당자는 “이자라도 갚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최근 아르바이트 등으로 돈을 번 이력을 따졌더니 묵묵무답인 대학생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경우 ‘상환능력이 입증되지 않으면 부모님이 보증이라도 서야 한다’고 하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냥 발길을 돌리더라”고 말했다.

일부 저축은행의 그릇된 ‘상술’에 현혹돼 돈을 빌렸다가 곤욕을 치르는 대학생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출인 것처럼 허위 광고하거나 장기저리 학자금 대출로 오해할 수 있는 상품 명칭을 쓴 저축은행들이 실태조사에서 적발됐다.

◇금감원, 대출 억제책 마련‥”은행서 저금리로”

금감원은 대학생 대출 실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을 강력히 억제키로 했다.

최대 3천만원까지 빌려주던 저축은행들의 대학생 대출 한도를 확 낮추고 금리도 상당폭 인하해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방침이다.

금감원은 업계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 수치를 명확히 제시하진 않았지만 대출 한도는 500만원으로, 금리는 20%대로 책정되는 게 유력하다.

한 관계자는 “500만원 넘게 빌리는 것을 순수한 학자금 대출로 보긴 어렵지 않느냐”며 “30%대의 현행 금리도 대학생에게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대학생 대출이 중단된 데 이어 저축은행의 대학생 대출 한도를 낮추면 당장 돈이 급한 대학생이 돈을 빌릴 길이 막막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금감원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권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보고 최근 은행들과 함께 대학생 전용 저금리 대출 상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학생은 신용도가 낮고 소득이 일정치 않아 정상적인 방식으론 은행 대출을 받기 힘들지만, ‘새희망홀씨’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제공하게 될 대학생 전용 대출상품은 10%대 금리가 예상된다. 기존의 저축은행 고금리 대출을 갚는 조건으로 받는 ‘환승론’도 허용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요즘 금융권 분위기를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잠재고객을 확보하는 측면에서 은행이 얻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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