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금융으로 본 불황기 저신용자 대출 행태

P2P금융으로 본 불황기 저신용자 대출 행태

입력 2012-06-27 00:00
수정 2012-06-2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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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중 1명꼴 “보증금 용도로 대출”… 월수 200만원대 이용자 비율 껑충

최근 금융회사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생활금융(P2P 금융)을 이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P2P 금융이란 대출이 필요한 사연을 당사자가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면 이를 본 다수의 개인투자자가 십시일반으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금융권처럼 신용등급이나 변제능력을 따지지 않아 최근 들어 이용 실적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올 상반기 이용건수가 이미 지난 한 해 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서민금융 상품에서도 거절당한 이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P2P 금융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생활비 용도로 대출” 최다와 대조

26일 P2P 금융업체인 머니옥션과 팝펀딩에 따르면 올 들어 25일 현재 신규회원 가입자는 3만 9774명, 대출건수는 9607건이다. 지난해에는 신규회원이 3만 2606명, 대출건수가 6803건이었다. P2P 금융시장 규모는 3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누적 회원 수는 15만 3722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불황으로 서민들의 생활은 어려워지는데 금융회사들이 연체율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을 줄이자 그 수요가 P2P로 옮겨 오는 것 같다.”면서 “햇살론이나 미소금융 등 서민금융 상품들이 저신용자(신용등급 8~10등급)에게는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용불량자들은 채무재조정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어정쩡하게 신용이 나쁜 이들은 손 벌릴 데가 없다는 것이다.

P2P 금융은 개인이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으로, 신용등급이나 담보 등은 보지 않는다.

소액(100만~500만원)을 빌리고 싶은 사람이 자신의 사연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면 사이트 회원들이 이를 평가하고 각자 원하는 만큼 소액(10만원 이하)을 빌려준다. 대출금리 상한선은 통상 30~35% 수준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소액을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생활금융’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금 용도 우선순위도 바뀌었다. 팝펀딩의 지난해 대출 실적을 보면 생활비 용도가 17%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보증금·의료비·지인 상환(각 15%)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보증금이 25%로 가장 높고, 생활비(17%), 지인 상환(14%), 의료비(11%)가 그 뒤를 이었다. 학자금 대출 비중이 3%에서 7%로 배 이상 많아진 것도 눈에 띈다.

●누적 연체율 29% 달해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중산층 이용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한달 평균 소득이 100만원대인 저소득층 이용자가 39%로 200만원대(29%)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월평균 소득 200만원대인 중산층 비율이 33%로 100만원대(34%)에 육박했다. 월 소득이 300만~500만원인 이용자 비중도 17%에서 19%로 늘었다.

불황의 늪이 깊어지면서 P2P 금융의 연체율도 올라가고 있다. 팝펀딩의 누적 연체율은 29%에 이른다. P2P 시장에서는 채무자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채권자를 위한 특별한 보호장치는 없다.

이경주·이성원기자 kdlrudwn@seoul.co.kr

2012-06-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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