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사장의 가족을 상대로 납치 위협 사기극을 벌인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2006년 회사를 그만두고 호프집을 운영하던 김모(34)씨는 2010년 사업에 실패하고 1억원의 빚을 지게 됐다. 김씨는 사업을 접은 뒤 삼성그룹에 취직하기로 마음먹고 당시 이 그룹의 고위 임원 K씨에게 접근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삼성그룹 임직원 건강보험 업무 등을 위탁 처리하는 협력업체에서 일했던 김씨는 삼성의 고위직 간부와 인연을 맺으면 직원으로 채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K씨에게 접근하기 위해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후배 A(여)씨를 통해 K씨 가족의 인적 사항과 집 주소 등을 알아냈다.
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로 등록돼 취직이 어렵던 김씨는 지난해 10월 K씨의 집인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찾아가 부인을 만나려 했다. 삼성 직원인 것처럼 둘러대고 아파트 보안을 통과해 K씨의 부인과 통화하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누군가 당신을 납치해 오면 10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납치 제의를 받았지만 실행하지 않고 이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니 삼성그룹에 취직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의도였다. 그러나 이를 수상하게 여긴 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곧바로 붙잡히면서 김씨의 어설픈 사기극은 실패로 끝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김윤상)는 12일 김씨를 사기 미수 및 주거 침입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씨에게 개인 정보를 넘겨준 A씨는 벌금 200만원에 약식 기소됐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