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지배구조 ‘암투’ 금융권 수장 물갈이 신호?

KB금융 지배구조 ‘암투’ 금융권 수장 물갈이 신호?

입력 2013-03-18 00:00
업데이트 2013-03-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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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금융권 공공기관장 임기 남아도 교체 건의”

KB금융지주의 ‘ISS 보고서’ 문제로 촉발된 임원 보직 해임으로 KB금융은 물론 전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핵심 측근의 보직 박탈로 임기를 넉 달 남겨둔 어윤대 KB금융 회장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면서 불똥이 다른 금융지주사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어 회장의 거취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권 ‘4대 천황’으로 불린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등 금융지주 수장들도 교체 논란에 휩싸일 수 있어 보인다.

KB금융은 18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어 미국계 주총 안건 분석기관 ISS에 왜곡된 정보를 유출했다며 박동창 전략담당 부사장(CSO)을 보직 해임했다.

박 부사장은 어 회장이 취임 이후 경영효율화와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직접 영입한 인사로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지휘했다.

일부 사외이사의 강력한 반대로 ING생명 인수가 무산되자 박 부사장은 외국계 주주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ISS와 접촉했다. 이들 사외이사가 주주 가치를 훼손했으니 재선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려 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

ISS는 최근 보고서에서 KB금융 이사회의 독립성과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감독당국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되는 일부 사외이사 재선임에 투자가들이 반대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권은 이번 사안이 박 부사장 개인의 징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박 부사장은 어 회장과 함께 지난해 ING생명 인수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인물이다.

KB금융 측은 이번 사태가 어 회장과 무관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ISS측과 접촉한 사실을 보고받고 어 회장이 황당해하면서 임시이사회에서 보직 해임의사를 먼저 밝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외이사들과 갈등을 빚어온 어 회장에게 이번 사건의 여파가 미칠 개연성이 커 보인다.

감독당국이 나선 점도 예사롭지 않다.

박 부사장이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왜곡된 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포착돼 금융 당국이 진상 조사 후 엄중조치하기로 경고한 바 있다.

감독당국이 민간회사 경영진과 사외이사 문제에 견해를 적극 피력하고 나선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어 회장이 일찍 물러난다면 이른바 ‘MB 사람’으로 불리던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자진 사퇴)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금융지주사의 다른 관계자도 “문제가 불거진 시점이 좋지 않다”며 “지금처럼 회장들 거취 논란 나오는 시점에 터져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더 나오면 그들(다른 지주사 회장)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는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금융지주사 수장들의 대대적인 교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금융권 공공기관장의 임기가 남아 있어도 필요하면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하겠다”며 ‘물갈이론’에 불을 지폈다.

이번 사건이 7월 이후 출범할 KB금융의 새 경영진에 부담을 안겨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B금융은 사외이사들의 힘이 워낙 막강해 경영진의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와중에 사외이사들과 대립한 경영진이 보직 해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외이사들이 친(親) 경영진 성향으로 비판을 받는 다른 금융지주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다 이번 주총에서 이들 사외이사가 재선임될 가능성이 큰 만큼 새 경영진도 경영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KB금융은 예전부터 사외이사들의 힘이 강력해 ‘사외이사의 천국’으로 불려 왔다”며 “차기 경영진도 이런 관행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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