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찾아온 0%대 물가상승률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우선 기상 여건 호전에 따른 기저효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한 점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올해 내내 1%대에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 마침내 0%대로 들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두고 일본형 디플레이션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된다.
◇ 농산물 기저효과…체감 물가와는 괴리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비교 시점인 작년 9월보다 0.8%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의 0.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엔 외환위기로 1998년 9월에 소비자물가가 6.9%나 오르다 보니 1년 뒤인 1999년 9월 물가가 이처럼 낮아졌던 것이다.
올해 9월의 물가가 0%대로 진입한 것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소 유사한 점이 있다. 기상 여건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작년 9월 농산물 가격은 연이은 태풍으로 직전 월 대비 8.3%나 올랐다. 태풍 여파로 9월은 전통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기는 하지만 2003~2012년 평균 4.2%, 2008~2012년 평균 4.1%보다 배 이상 높았던 것이다.
이에 비해 올해 9월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2.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석유류 가격 안정세도 낮은 물가 상승률의 주 요인이 됐다.
생활물가지수가 작년 동월 대비 0.1% 하락해 199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0%대 상승률의 저물가와는 상당 부분 괴리가 있다.
전세가격은 1년전보다 3.1%, 월세도 1.6% 각각 올라 서민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역시 일반 국민이 많이 활용하는 택시비가 8.8% 올랐고 하수도료를 비롯해 전기·수도·가스 요금 상승률은 3.4%에 달했다.
우유 가격 인상(10.3%)은 식탁물가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체감물가와 지수 상의 차이는 지수 작성과정에서 가중치가 적정하냐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물가지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품목마다 가중치를 부여하는데 가중치가 국민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긴 장마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에서도 화장품 세일 효과로 1.3%로 둔화하자 착시효과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통계청은 이런 지적을 감안해 최근 가구 지출 비중을 반영해 물가지수 가중치의 개편주기를 단축하는 등 보완책을 모색 중이다.
◇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논란’
장기간에 걸친 저물가는 일본형 디플레이션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으로 귀결되고 있다.
1%대 이하의 물가가 유지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간이다. 지난해 10월 2.1%를 기록하던 물가가 11월 1.6%로 1%대에 진입한 이후 전반적인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5월과 6월에 1.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하강, 1분기 바닥, 2분기 이후 회복을 모색하는 경기와 유사한 흐름이다.
이런 차원에서 물가가 7월 1.4%, 8월 1.3%로 상승률이 다소 확대되다가 9월에 0%대 저물가가 등장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저물가는 90년대 초반 일본의 저물가와 비교되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990년 3%대에서 1992년 1%대를 기록한 후 1999년과 2003년 사이에 마이너스로 들어선 후 다소 반응하는 듯 했지만 2009년 이후에 다시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폭락에 따른 부채 디플레이션이 경기 침체로 가면서 20년 넘는 장기 불황을 만든 것이다.
통상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해 소비를 미루면서 생산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고용이 감소하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저물가는 일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저물가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압력 악화보다는 양호한 기상 여건이나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부분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태풍 피해나 가뭄 등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아 농산물 가격이 물가를 낮추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농산물 가격 안정으로 물가 상승률이 0%대로 진입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산업활동동향 등 최근 지표로 볼 때 경기 회복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어 물가는 점점 오름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우선 기상 여건 호전에 따른 기저효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한 점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물가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올해 내내 1%대에서 하향 안정세를 보이다 마침내 0%대로 들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두고 일본형 디플레이션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된다.
◇ 농산물 기저효과…체감 물가와는 괴리
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비교 시점인 작년 9월보다 0.8%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9월의 0.8%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엔 외환위기로 1998년 9월에 소비자물가가 6.9%나 오르다 보니 1년 뒤인 1999년 9월 물가가 이처럼 낮아졌던 것이다.
올해 9월의 물가가 0%대로 진입한 것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소 유사한 점이 있다. 기상 여건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작년 9월 농산물 가격은 연이은 태풍으로 직전 월 대비 8.3%나 올랐다. 태풍 여파로 9월은 전통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기는 하지만 2003~2012년 평균 4.2%, 2008~2012년 평균 4.1%보다 배 이상 높았던 것이다.
이에 비해 올해 9월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2.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석유류 가격 안정세도 낮은 물가 상승률의 주 요인이 됐다.
생활물가지수가 작년 동월 대비 0.1% 하락해 1996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0%대 상승률의 저물가와는 상당 부분 괴리가 있다.
전세가격은 1년전보다 3.1%, 월세도 1.6% 각각 올라 서민 가계를 짓누르고 있다. 역시 일반 국민이 많이 활용하는 택시비가 8.8% 올랐고 하수도료를 비롯해 전기·수도·가스 요금 상승률은 3.4%에 달했다.
우유 가격 인상(10.3%)은 식탁물가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체감물가와 지수 상의 차이는 지수 작성과정에서 가중치가 적정하냐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물가지수를 만드는 과정에서 품목마다 가중치를 부여하는데 가중치가 국민의 삶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긴 장마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에서도 화장품 세일 효과로 1.3%로 둔화하자 착시효과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통계청은 이런 지적을 감안해 최근 가구 지출 비중을 반영해 물가지수 가중치의 개편주기를 단축하는 등 보완책을 모색 중이다.
◇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논란’
장기간에 걸친 저물가는 일본형 디플레이션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으로 귀결되고 있다.
1%대 이하의 물가가 유지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간이다. 지난해 10월 2.1%를 기록하던 물가가 11월 1.6%로 1%대에 진입한 이후 전반적인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5월과 6월에 1.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하강, 1분기 바닥, 2분기 이후 회복을 모색하는 경기와 유사한 흐름이다.
이런 차원에서 물가가 7월 1.4%, 8월 1.3%로 상승률이 다소 확대되다가 9월에 0%대 저물가가 등장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저물가는 90년대 초반 일본의 저물가와 비교되고 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1990년 3%대에서 1992년 1%대를 기록한 후 1999년과 2003년 사이에 마이너스로 들어선 후 다소 반응하는 듯 했지만 2009년 이후에 다시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폭락에 따른 부채 디플레이션이 경기 침체로 가면서 20년 넘는 장기 불황을 만든 것이다.
통상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해 소비를 미루면서 생산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고용이 감소하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저물가는 일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의 저물가는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압력 악화보다는 양호한 기상 여건이나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 부분에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태풍 피해나 가뭄 등에 따른 피해가 크지 않아 농산물 가격이 물가를 낮추는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농산물 가격 안정으로 물가 상승률이 0%대로 진입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산업활동동향 등 최근 지표로 볼 때 경기 회복 가능성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어 물가는 점점 오름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