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 발효 ‘초읽기’…농민 반발 거세질 듯

한-호주 FTA 발효 ‘초읽기’…농민 반발 거세질 듯

입력 2014-02-13 00:00
업데이트 2014-02-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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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닮은꼴’ ISD에 대한 논란도 배제못해

한국과 호주가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함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규모 3조 달러대의 FTA 발효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양국은 올 상반기 중으로 정식 서명을 한 뒤 국회 비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회 비준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내년 초 한-호주 FTA가 공식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야당과 농민단체가 농가 피해 대책을 요구하며 한-호주 FTA 비준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 한-호주 FTA 주요 내용은

한-호주 FTA는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협정으로 상품, 원산지, 통관, TBT(기술무역장벽)/SPS(위생검역), 무역구제, 투자·서비스, 통신, 전자상거래,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협력 등 총 23개 챕터로 구성된다.

상품 분야에서는 협정 발효 후 10년 이내에 대다수 교역 품목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품목 수 기준 75.2%, 수입액 기준 72.4%에 부과되는 즉시 철폐하고 5년 내 이를 94.3%, 94.6%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호주의 경우 품목 수 기준 90.8%, 수입액 기준 86%에 해당하는 품목의 관세를 바로 없애기로 했다. 5년 뒤에는 관세 철폐율이 99.5%, 100%로 상향 돼 한국보다 개방폭이 큰 편이다.

이 가운데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부품 포함), 가전, 철강,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은 5%의 관세가 즉시 철폐돼 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시장 선점 조건을 갖추게 됐다.

자동차의 경우 호주의 한국산 자동차 수입액의 76.6%인 1천∼1천500㏄급 가솔린 소형차, 1천500∼3천㏄급 가솔린 중형차, 1천500∼2천500㏄급 디젤차, 5t 이하 디젤 화물차 등에 붙는 관세가 바로 철폐돼 이번 FTA의 가장 큰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수입액 23.3%의 나머지 자동차 품목과 자동차 부품은 3년 내에 철폐하기로 합의됐다.

대부분의 타이어품목과 TV·냉장고·세탁기 등의 백색가전, 건설중장비·섬유기계·공기조절기 등의 일반기계, 전선·변압기 등의 전기기기 등은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사라진다.

이밖에 냉연·열연·도금강판 등 주력 철강품목과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제품은 5년 내에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한국에 민감한 농산물의 경우 한-미 FTA 등에 비해 보수적으로 합의가 이뤄졌다.

수입 품목수 기준 61.5%는 10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다만 쌀을 비롯한 579개 품목(38.5%)은 관세 철폐를 10년 이상 유보하거나 양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한-미 FTA(12.3%), 한-EU FTA(14.7%)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쌀과 16개 관련 제품, 탈지분유·전지분유·연유 등 낙농품, 사과·수박·감귤 등 과실류 등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쇠고기는 15년에 걸쳐 40%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되 수입 급증에 대비해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설정 등의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돼지고기의 경우 냉동 삼겹살은 양허 제외하고 나머지 부위는 10년 뒤 관세가 사라진다. 닭고기는 10∼18년 사이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

수산물은 수입 품목 수 기준 90.3%에 해당하는 품목의 관세를 10년 내 철폐하고 9.7%(43개 품목)는 10년 이상 장기 유보 또는 양허 제외했다. 양허 제외 품목은 전복, 명태, 굴 등이다.

서비스·투자,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등 비상품 분야는 대부분 한-미 FTA 수준으로 합의가 이뤄져 법률 개정 등의 추가 부담은 없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 피해 예상되는 농축산업계 설득이 관건

한-호주 FTA가 발효까지 8부 능선을 넘었지만 갈 길은 멀다. 특히 이번 FTA로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농축산업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전담팀을 구성해 피해 대책 수립에 나섰지만 농민들의 시장개방 불가 의지는 완강하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최근 성명을 통해 “작년 대호주 교역에서 농축수산 분야에서만 27억8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며 “FTA까지 체결되면 국내 농축산 경쟁력은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한농연은 특히 축산농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호주산 쇠고기는 총 14만7천173t이 수입돼 전체 수입량의 55%를 점했다. 2∼3위인 미국(9만2천145t·34.5%), 뉴질랜드(2만5천345t·9.5%)와는 큰 격차를 보인다.

정치권도 야당을 중심으로 ‘선(先) 대책 후(後) 비준’을 강조하고 있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작년 12월 한-호주 FTA 타결 당시 “농민들을 위한 피해 대책이 없는 한 협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놓은 상태라 정부로서는 내년 초 FTA 발효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농민들은 한-호주 FTA 정식 서명이 이뤄지면 공이 국회로 넘어가는 만큼 비준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총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한 논란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한-호주 FTA의 ISD는 세부 내용에서 한-미 FTA와 상당히 흡사하다. 투자가 정식으로 이뤄지기 전인 투자계약과 투자인가를 ISD 제소 대상에 포함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 FTA 체결 당시 ISD 제소 대상을 과도하게 확대했다는 비판 여론이 컸던 만큼 비슷한 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국회가 2011년 한-미 FTA ISD 개선을 위한 재협의를 결의한 상태라 ‘닮은꼴 ISD’를 담은 한-호주 FTA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국가 정책적으로 ISD를 배제해온 호주에서도 한-호주 FTA의 ISD 조항이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호주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했거나 진행 중이어서 ISD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호주 FTA의 ISD는 한-미 FTA와는 의미가 다소 다른 만큼 앞으로 이런 부분을 잘 설명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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