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건축물 낳는 도로 사선제한 규제 폐지

기이한 건축물 낳는 도로 사선제한 규제 폐지

입력 2014-09-03 14:00
업데이트 2014-09-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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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서 보고10년 넘게 방치된 도로·공원은 해제하기로

꼭대기가 계단처럼 생긴 기형적 건축물 등이 생기게 했던 도로 사선제한 규제가 폐지된다.

도로·공원으로 지정됐지만 10년 넘게 도로·공원으로 쓰이지 않고 있는 땅은 도로·공원에서 해제돼 주택·상가 등을 지을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2일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도시 및 건축 규제 혁신 방안’를 통해 불필요한 걸림돌로 작용해온 각종 규제를 대거 풀기로 했다.

◇ 도로 사선제한 규제 없애기로

우선 도로 사선제한 규제가 폐지된다. 도로 사선제한 규제는 도로변에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물 반대쪽 도로 끝 지점과 도로 폭의 1.5배 높이가 되는 지점을 잇는 사선을 긋고 그 사선의 안쪽에만 건축물을 짓도록 한 규제다.

이는 도시에서 개방감과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규제이지만 이로 인해 꼭대기만 계단 모양인 건축물, 또는 꼭대기 부분이 비스듬히 잘려나간 듯한 형상의 건축물이 생기는 원인이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 사선제한 규제로 계단형 건물, 대각선 건물 등이 양산돼 오히려 도시 미관을 악화시키고 건축주에게는 사업성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이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일조권 확보를 위한 규제는 계속 유지된다.

국토부는 도로 사선제한이 사라져도 지구단위계획을 통해서나 가로정비구역·미관지구 등 지정을 통해 건축물 높이를 제한해 개방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축주 2∼3명이 ‘건축협정’을 맺어 소규모로 단독주택을 재건축하면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는 건축협정제도 도입된다.

이렇게 하면 건축물 간 거리를 50㎝ 이상 띄우도록 한 민법 조항을 따르지 않고 두 건물의 벽을 맞붙여 짓는 ‘맞벽건축’이 가능해지고 건축물 높이 제한은 완화해주기로 했다.

또 이렇게 협정을 맺은 땅은 하나의 대지로 간주해 용적률·건폐율·조경·주차장 등의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좀 더 융통성 있게 건축할 수 있고 건축비도 절감된다.

노후 건축물은 점점 느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은 어려운 만큼 개인들이 모여 소규모로 벌이는 재정비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히 진입로가 없는 맹지는 현재 건물을 지을 수 없는데 건축협정을 이용하면 건축이 가능해진다”며 “임대료가 높은 도로변에 매장을 배치하면 수익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또 대지 일부를 공개공지로 일반에 개방하거나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을 지으면 반드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지금도 이런 경우 지자체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줄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고 있어 법을 통해 최소한의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도록 보장하고 필요하면 지자체가 추가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비도시지역의 계획관리지역처럼 판매시설이 금지된 지역에 있는 과수원·화훼시설·양계장 등은 과일·꽃·계란 등의 생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파는 판매시설을 지을 수 없는데 앞으로는 이런 판매시설을 허용하기로 했다.

◇ 10년 넘게 방치된 도로·공원은 해제하기로

10년 넘도록 계획된 용도로 쓰이지 않고 있는 도로·공원·녹지는 인프라시설(도시계획시설)에서 해제해 주택이나 상가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 된다.

도로·공원 같은 인프라시설로 지정되면 건축물의 신축·증축, 공작물 설치 같은 개발행위가 전면 제한된다. 지자체는 이를 빨리 사들여 도로·공원을 조성해야 하는데 재정 형편상 지정은 해놓고 사업은 추진하지 못해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일이 많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로·공원으로 지정된 채 10년 넘게 방치된 부지가 전국적으로 931㎢나 된다. 이는 서울 면적(605㎢)의 1.53배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10년 이상 조성되지 않고 있는 인프라시설 부지는 지자체가 해제하도록 독려하고 특혜 시비나 감사 등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해제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할 계획이다.

또 토지 소유자에게는 10년 넘게 조성되지 않은 인프라시설 부지에 대해 지정 해제를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지자체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해제기준에 따라 국가가 직접 지자체에 해제를 권고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따르도록 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의 중기 재정계획상 건설계획이 없으면 해제하도록 하고, 인프라시설 부지를 과다하게 지정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법령·지침상 의무화된 인프라시설 확보율도 지역 실정에 맞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녹지·관리지역의 기존 공장은 증설 쉽도록

녹지·관리지역 안에 있는 기존 공장은 증설이 쉽도록 앞으로 2년간 건폐율이 40%까지 완화된다.

녹지·관리지역은 예전에 준농림지역이었던 곳이 난개발 방지를 위해 변경된 곳이다. 이 과정에서 허용 용도는 줄어들고 건폐율은 40%에서 20%로 강화됐다. 이러다 보니 그전부터 들어서 있던 공장은 사실상 증설이 막혀 있다.

이에 따라 녹지·관리지역 지정 전부터 있던 공장에 한해 2년간 건폐율 40% 범위에서 증·개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기존 부지로는 부족해 주변 부지를 더 사들여 시설을 확충할 때도 확장된 부지에 대해 2년간 건폐율 40%까지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다만 무분별한 공장 확장을 막기 위해 건폐율을 완화해주는 확장 부지는 기존 부지 면적의 50% 이내에서 최대 3천㎡로 제한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녹지·관리지역 내 약 4천여개의 기존 공장이 이번 조치의 수혜를 볼 것”이라며 “공장에 시설 투자가 이뤄지면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건축규제는 단순하게…건축허가 기간 절반으로 줄 것

건축 행위에 적용되는 수많은 법령과 규제는 단순화해 국민의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우선 건축심의가 단순해진다. 건축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교통영향분석·개선대책 심의, 경관 심의 등 건축허가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하는 4가지 심의를 통합해 한번에 심의를 하기로 했다.

건축심의위원의 자문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법령 위반이나 설계 오류, 도시계획 배치 오류 등 명백한 문제가 없다면 재심의를 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천세대 아파트의 경우 통상 5번 이상 심의를 거치는데 앞으로 1번만 심의를 받으면 기간은 90일에서 30일로 줄고 비용도 약 4억원 이상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환경 및 에너지와 관련해 운영 중인 7종의 인증 제도도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에너지절약계획서와 친환경주택 건설기준 성능평가제도는 에너지절약계획서로 일원화하고,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과 신재생에너지건축물 인증은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인증으로 통합한다.

또 녹색건축 인증, 공동주택성능등급 표시, 장수명주택 인증 등 유사한 경우는 상호 인정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건축주가 희망하는 인증·평가 항목을 한꺼번에 선택해 한번만 신청하면 되는 단일인증 체계로 개선할 방침이다.

건축허가를 받을 때 내야 하는 도면·서류도 간소화하기로 했다.

개인하수처리시설, 수질오염물질 배출시설 등 건축물에 부속되는 시설에 관한 도서는 앞으로 착공할 때 제출할 수 있도록 건축주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지금은 일괄적으로 건축허가 신청 때 내도록 하고 있다.

또 ‘사전결정’ 신청 때 내야 하는 서류도 계획서, 배치도 정도로 간소화해 이 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사전결정은 건축허가 전 건축주가 시장·군수·구청장 등 허가권자에게 건축할 수 있는 규모와 고려 요건을 미리 제시하도록 요청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금은 사전결정을 신청할 때 구조·설비 실시설계 도서까지 내야 해 건축허가 신청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이런 조치들이 모두 시행되면 설계부터 건축허가까지 걸리는 기간이 200여일에서 100일로 최대 절반까지 단축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또 법적 근거가 없는 지자체의 임의 기준, 또는 법이 조례에 위임한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부적절 조례 등 숨은 규제를 찾아내 불합리한 것은 폐지하고 지자체에 ‘건축민원전문위원회’를 설치해 건축 민원에 대해 합리적인 유권해석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미 임의 기준 105개, 부적절 조례 1천여개를 찾아내 80% 정도는 폐지하기로 지자체와 합의했고 필요한 것들은 법이나 조례에 반영하기로 했다.

70여개에 달하는 건축 관련 법령을 인허가나 공사 등 건축 단계별, 또는 소방·설비 등 기능별로 일목요연하게 안내하는 ‘한국건축규정’(e-KBC)도 구축하기로 했다. 누구나 쉽게 규제를 찾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 경제적 효과는

국토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연간 5조7천억원(향후 5년간 29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장기 미조성 도로·공원 부지의 해제로 앞으로 10년간 26조원의 조기 투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손대는 규제는 20건에 불과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도는 높을 것이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규제를 체감도와 비중 등에 따라 관리하고 줄여나가는 ‘규제총점관리제’를 이용해 계산해 보면 이번에 해소되는 도시의 토지이용 관련 입지규제는 전체 입지규제의 17%, 건축규제는 20%의 감축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발표한 대책들은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 최대한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주요 규제개혁 과제들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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