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도 사퇴 권고… ‘사면초가’ 임 회장 거취는

이사회도 사퇴 권고… ‘사면초가’ 임 회장 거취는

입력 2014-09-15 00:00
업데이트 2014-09-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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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들 “임 회장 이해되지만 대세 따라야”…거부시 ‘해임 의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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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조치 등에 대해 소명하기 위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금융위원회로 출석하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에서 3개월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임 회장 등 임직원 4명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우군’으로 믿었던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마저 사실상의 사퇴 권고를 하면서 임 회장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카드사 정보유출 제재가 남아있는 것도 큰 부담이다.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임 회장의 발언으로 미뤄 끝까지 사퇴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사회가 ‘해임 의결’이라는 최후 수단을 쓸 수도 있어 임 회장이 결국 사퇴를 택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 사외이사들 “임 회장 대세 따라야” 현실론

15일 열린 KB금융지주 이사회 긴급 간담회에서 다수의 이사는 “KB금융의 조직 안정을 위해 임 회장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권고한 것으로 읽힐 수 있다. 자진 사퇴를 권고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비슷한 얘기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이사회마저 임 회장 사퇴의 불가피함을 내비친 것이다.

사외이사들은 임 회장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국이 말하는 ‘범법 행위’는 말이 안 된다는 얘기였다.

A사외이사는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 교체는 임 회장이 우리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사안이었다”며 “그 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결정이 없었다는 것은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사외이사는 “당국에서 범법자로 몰아가니 임 회장도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것으로 여겨진다”며 “내가 임 회장이라고 하더라도 명예회복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었다는 것이 사외이사들의 판단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임 회장이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는 얘기다.

B사외이사는 “임 회장의 억울함은 이해하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에 맞서 싸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규제업종인 금융업에서 당국에 밉보였다는 정상적인 경영이 힘들다는 것은 임 회장도 잘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C사외이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KB가 안정을 되찾고 경영 정상화가 되는 것”이라며 “지금 현실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길이 임 회장의 결단으로 보여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 사퇴 거부하면 ‘해임 결의’ 남아’소송전’ 가능성도 배제못해

임 회장과 관계가 돈독한 사외이사들이 ‘현실론’으로 돌아선 데는 KB를 향해 사방에서 조여오는 압박이 너무 크다고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B금융그룹 전 계열사에 금융감독원 감독관 파견, 임 회장 등 주 전산기 교체 관련 임원 4명 검찰 고발, LIG손해보험 인수 무산 거론 등 그룹의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KB에 대한 당국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카드정보 유출 사건을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당국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국민카드 등 3곳에 12명의 검사역을 투입하면서 지난 2009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에도 이사회가 당국의 ‘속내’와 맞지 않은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의 회장 내정을 강행하자, 금융당국이 고강도 검사를 벌이며 압박을 가한 끝에 강 전 행장이 결국 사퇴하고 말았다.

한 금융권 인사는 “임 회장이 명예회복을 위해 사퇴를 거부한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되지만, 당국과 맞서 싸워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이사회의 사퇴 권고도 나온 만큼 조만간 자진 사퇴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만약 임 회장이 사퇴를 거부한다면 이사회가 ‘해임 의결’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사의 직’ 해임은 주주총회 결의 사항이지만, ‘대표이사’의 해임은 이사회 과반수의 의결로 가능하다.

한 사외이사는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 것은 임 회장이 결단을 내릴 시간을 주자는 의미이지만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임 회장 측에서 반응이 없을 때에는 해임 의결이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7일에도 KB금융지주 이사회의 회동이 잡혀있는 만큼 임 회장의 사퇴 거부시 이번 주 내에 해임 의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임 회장이 ‘배수진’을 친 만큼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임 회장은 직무정지를 당한 후 낸 보도자료에서 “지금 이순간부터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서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험난한 과정들이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대충 타협하고 말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이 사퇴할 생각이 있었다면 벌써 사퇴했을 것”이라며 “대표이사 해임 결의가 나오더라도 이사직은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사퇴를 거부하고 당국과의 행정소송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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