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롤모델 독일 ‘아우토슈타트’ 가보니>

<현대차의 롤모델 독일 ‘아우토슈타트’ 가보니>

입력 2014-09-27 00:00
업데이트 2014-09-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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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슈타트 관계자 “성공 관건은 독창적 콘텐츠”

“처음에 우리가 아우토슈타트를 만든다고 했을 때는 성공 여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어요. 하지만 시간은 우리가 옳았음을 입증했습니다.”(아우토슈타트 글로벌 홍보책임자 산타크루즈)

독일어로 ‘늑대의 성’을 의미하는 독일 중북부의 볼프스부르크는 우리에겐 구자철이 뛰던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팀으로 알려진 곳이자 유럽 최대의 자동차 그룹 폴크스바겐 본사와 공장이 자리잡은 인구 10만여명의 작은 도시다.

폴크스바겐은 주력 차종 골프에 빗대어 ‘골프스부르크’로 불리기도 하는 이 도시에 2000년 세계 최초의 자동차 테마 파크인 아우토슈타트를 조성, 자사의 철학과 비전을 고객에게 스며들도록 하는 전진 기지로 삼았다.

당초 이곳은 고객이 차량을 직접 받아가는 단순한 출고장 개념으로 지어질 예정이었으나 본사와 공장을 고객은 물론 대중에게 더 친근하고 흥미로운 곳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폴크스바겐그룹의 의장 페르디난트 피에히 박사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출고장, 자동차 박물관, 자동차 체험관, 상점, 고급 호텔과 음식점이 망라된 거대한 자동차 테마 파크로 탄생했다.

2000년 6월 인근 하노버에서 열린 ‘엑스포 2000’에 맞춰 개장한 아우토슈타트는 풍성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로 매년 약 20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 모으며 독일 최고의 관광 명소 중 하나로 떠올랐고, 내달 3천만번째 관람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지 않으면 생소할 법한 아우토슈타트는 최근 국내에서도 자주 회자됐다. 10조원이 넘는 거액의 돈을 들여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이라는 한전 본사 부지를 품에 안는 데 성공한 현대차그룹이 이곳에 한국판 아우토슈타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밝혔기 때문이다.

25일 폴크스바겐의 메카이자 현대차그룹의 벤치마킹 대상인 아우토슈타트를 둘러봤다.

하노버 공항에서 차로 1시간쯤 걸려 아우토슈타트에 도착하자 붉은 벽돌로 조성된 오래된 건물 사이로 솟아있는 네 개의 거대한 굴뚝, 투명한 유리로 쌓아올린 현대적인 ‘자동차 타워’가 공존하는 이질적인 풍경이 가장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1939년 완공 당시의 원형을 간직한 붉은 벽돌 굴뚝을 보고 있노라면 폴크스바겐의 창시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셰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명령으로 딱정벌레 모양의 국민차 ‘비틀’을 이곳에서 생산하던 75년 전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하지만 조금만 고개를 돌려 골프, 파사트, 티구안, 투아렉 등 폴크스바겐이 생산하는 다양한 자동차 모델로 빼곡한 20층 짜리 쌍둥이 유리 타워에 눈길이 멎으면 금세 지금이 21세기임을 자각하게 된다.

25만㎡의 드넓은 부지에 들어선 아우토슈타트에서 관람객들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장소는 시원스러운 통유리로 건축된 그룹포럼이다. 이곳에는 폴크스바겐그룹이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등 12개의 브랜드를 거느리며 세계 각지에 48개의 자동차 공장을 갖춘 거대 글로벌 기업임을 웅변하는 지름 12m, 무게 4t에 달하는 거대한 구 모양의 조형물이 천장에 매달려 있어 눈길을 끈다.

그룹포럼 1층 왼편에 마련된 어린이들을 위한 면허 취득 프로그램 등이 진행되는 놀이, 교육 공간을 지나면 고객이 카 타워에서 갓 출고된 새차와 만나는 출고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른 오전인데도 방금 태어난 아기를 만나는 것처럼 상기된 표정의 가족 단위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아우토슈타트 안내원인 도미니크 몬 씨는 “소형차 폴로를 받기 위해 17명의 대가족이 아우토슈타트를 직접 방문한 것을 본적도 있다”며 “이곳에서는 자동차를 인계받는 과정이 이곳에서는 하나의 즐거운 의식”이라고 귀띔했다.

2층에서는 자동차 디자인 과정을 일별하고 방문객이 직접 자동차 디자인을 해보는 디자인 스튜디오, 폴크스바겐이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전시 공간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엔 또한 골프부터 람보르기니에 이르기까지 폴크스바겐 그룹의 대표적 자동차들을 레이저로 절단, 자동차 외부뿐 아니라 자동차 내부의 복잡한 속살을 보여줌으로써 차량 제작 과정을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게끔 하는 전시가 최근에 추가돼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낮은 언덕을 산책하듯 걷노라면 클래식카부터 최신 스포츠카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발전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자동차 박물관과 벤틀리, 아우디, 람보르기니, 포르셰 등 폴크스바겐그룹 내 개별 브랜드 전시관 등이 관람객을 반겨준다.

아우토슈타트의 명물인 ‘카 타워’에서는 7인승 승강기가 20층 꼭대기까지 관람객을 나르고 있다. 수백 대의 새차가 콘크리트 받침대에 다소곳이 올라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20층에서 내려다본 볼프스부르크 풍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이밖에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골프 전기차, UP 전기차 등 전기차를 시승해볼 수 있는 체험행사, 티구안, 투아렉 등 폴크스바겐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비포장도로를 체험하는 행사 등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아우토슈타트에는 조성 비용 4억3천만 유로(약 5천720억원)에 매년 들어가는 유지관리비를 더해 현재까지 대략 9억 유로(약 1조1천920억원)가 투입됐다고 한다. 하지만 지역 경제 기여도와 고객 충성도, 브랜드 이미지 등이 부쩍 향상된 것에 비춰보면 그 효과는 값으로 따지기 어렵다는 게 폴크스바겐 그룹측의 설명이다.

아우토슈타트 글로벌 홍보책임자인 리노 산타크루즈 박사는 “석탄, 가솔린을 생산하던 미개발 지역이 아우토슈타트로 인해 극적으로 변모했다”며 “황량한 지역에 자동차 테마파크를 만드는 구상에 처음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시간은 우리가 옳았음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타크루즈 박사는 “아우토슈타트는 매일 6천명이 방문하고, 하루 500대의 차량이 인도되는 관광 명소가 됐다”며 “고객과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며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문화, 환경,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우토슈타트가 직접적으로 차를 파는 곳은 아니지만 이곳 출고장에서 차를 인계받는 1만∼2만명의 고객이 아우토슈타트 방문 후 차량 구입을 결정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아우토슈타트가 그룹 매출 증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아우토슈타트를 모델로 한 테마파크 건설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해 이야기할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소식을 들어 알고 있다”며 “한국과 독일의 사정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특별한 조언을 해주긴 어렵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테마 파크를 채울 콘텐츠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는 “자동차 테마파크는 자동차에 대한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고, 사람들에게 삶의 방식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독창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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